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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정현진 May 22. 2024

성공했으나 성공하지 않은

성공은 그 사람의 정체를 폭로한다.

동물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들을 데리고 동물원을 갈 땐 숙제를 해결하는 마음이고, 당장은 물론 먼훗날 아이들이 곁을 떠나 쓸쓸해진다 하더라도 반려동물을 들일 생각은 절대 없다. 길을 가다 만난 강아지나 고양이를 보고 귀엽다거나 예쁘다거나 하는 생각이 든 적도 없다. 아무 감정도 느껴본적이 없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오히려 반려동물을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들을 보면 때때로 존경스럽기까지 한다. 힘들고 귀찮은 일을 무릅쓰고 한 생명이 다할 때까지 가족으로서의 역할을 저버리지 않는 이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나는 결단코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런 마음의 연장선으로, 강형욱 훈련사 또한 훌륭하고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해왔다. 많은 반려인들이 본인의 선택을 포기하지 않고 책임질 수 있게 돕는 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와는 연관이 평생 없을지언정, 마음으로 늘 그분을 응원하곤 했다.


얼마전부터 폭발하듯 쏟아져 나오는 그 분에 대한 폭로. 아직 확실한 내용이 아니라지만, 사실이라기엔 너무도 거짓말같지만, 아무래도 지어낸 이야기같지는 않다. 실망이라기보단 놀라웠다. 댓글에는 더러 전부터 쎄하긴 했다는 내용도 있었는데, 마냥 선하고 멋진 분이라고만 생각했던 나에겐 충격에 가까운 폭로들이었다.


그리고 읽은 책의 한 구절.

읽자마자 떠오른 그 분의 모습.

원래 그런 사람이었으나 실체를 잘 감추고 포장하며 살아왔던 것일까, 혹은 성공과 자만이 본래의 선함을 잠식해버린 것일까. 이것이 바로 그 사람의 정체였던 것일까. 내가 그간 바라본 모습은. 성공하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을 그 모습을 한꺼풀씩 벗겨내는 과정들을 바라보며, 씁쓸한 마음이 자꾸 번진다.


그렇다면 나라는 사람은. 내가 성공한다면, 나의 정체가 많은 이들에게 발각되고 만다면, 나는 그래도 괜찮은 사람으로 남겨질 수 있을까. 지금 나는 그런 사람으로 잘 살아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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