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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커리어 Sep 18. 2019

나의 Recareer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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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침부터 급하게 지하철, 버스 타고 직장으로 달려가는 모든 분들에게 “힘내세요!”라고 외쳐 드리고 싶다. 어느 집의 아빠. 남편, 부인, 아들, 딸의 이름으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는 귀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직장 내 성희롱, 왕따, 갑질, 폭언 뉴스를 볼 때마다 자신의 가족들 중에 누군가는 회사를 다닌다고 생각하면 그럴 수 있을까? 생각해 본다. 직장에서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다면 따뜻한 말 한마디와 격려를 부탁드린다.       


이 책은 ‘퇴직 후에 뭐 해 묵고 살래’를 고민하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나에게 던지는 질문과 대답이다. 퇴직 전에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퇴직 후 정신적 공허함을 어떻게 극복할지? 인생 후반기에 정말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갈 수 있는지? 그러기 위해서 자기의 지식과 경험을 어떻게 직업으로 연결할 것인지 등 이런저런 생각을 정리하게 되었다. 사실 정답은 없지만, 퇴직하고 세상으로 나왔을 때 조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직장’과 ‘직업’을 혼돈하지 말라는 말이 있다. 나도 처음 직장에 들어와서 직장이 내 직업인 줄 알고 살아온 것 같은데, 지금 돌이켜 보면 큰 착각에 빠져 있었다. 누군가 ‘직업은 직장을 다니고 있는 상태가 아니라, 조직을 떠나서라도 혼자 독립할 수 있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 상태’라고 했다. 즉, 직장을 떠나서도 자기가 할 수 있는 전문분야가 있으면 그게 ‘직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직장 경험은 제한적이라 직업을 만들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명예퇴직으로 감원하는 것을 4~5번을 지켜보았다. 항상 떠날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지만, 막상 현실에 부딪치면 사실 두려운 것은 사실이다. 3년 전 명퇴 때가 떠오른다. 김대리가 임원 면담을 하고 돌아와서 “회사 그만 두기로 사인하고 왔습니다.”라고 큰소리로 푸념 섞인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멍하니 컴퓨터 모니터를 응시하는 모습이 생생하다. 그래도 그 친구는 젊어서 그런지 재취업에 성공해 잘 다니고 있다.      


직장 동료들을 먼저 보내면서 원망할 사람이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그냥 만감이 교차했다. 그때부터인가 나도 퇴직 후에 무엇을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던 단초가 되었던 것 같다. 직장인이라면 이런 느낌을 알고 있을 겁니다. 퇴직 후에 먹고 살 준비를 해야 하는데 생각뿐이고, 돌아서면 바쁘다는 핑계로 현실에 그냥 묻혀 산다. 그러다가 연말이 되어 회사가 어렵다는 이야기라도 나오면 머릿속에 숨어있던 빚쟁이 좀비가 막 쫓아오기 시작한다.

     

나의 경우, 법학을 전공하여 제조회사에 입사를 하였다. 그 당시에는 입사를 하면 평생 회사를 다닌다는 시절로 중간에 사고만 치지 않으면 정년까지 간다는 생각 했다. 회사에서 기획, 구매, 총무 등 간접 지원업무를 주로 하였는데 지금 와서 돌이켜 보면 과연 퇴직 후에 나의 직업과 연결할 수 있는 나의 전문성이 있는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나이도 문제지만, 이런저런 고민 끝에 진로 파악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직업상담사 공부를 하였다.     


상담사 공부를 하다 보니 나를 좀 더 알게 되는 계기가 되었고, 향후 진로를 설정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지금은 경영지도사 공부를 하면서 회사 업무에서 접했던 많은 일들을 머릿속에 정리하고 있다. 젊은 후배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은 현직에 있을 때 전문성을 키울 방법을 찾아 지속적으로 실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도 당신을 도와줄 수 사람이 없다. 그러기에 지금도 누군가는 역량과 경험을 키우려고 퇴근 후에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     

  

직장과의 만남이 있으면 언젠가는 헤어질 시간이 오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지나간 세월에 대한 회한과 아쉬움은 있겠지만, 과거는 과거 일뿐 생존을 하려면 미래의 만남을 찾아가야 한다. 갑자기 낯선 버스 정류장에서 내려 여기가 어딘지 두리번거리고 두려움을 느끼겠지만, 또 다른 여행의 시작이다. 자신 가고자 했던 방향에 확신이 든다면 스스로를 믿고 새로운 버스로 갈아타면 된다. 혹시 잘 못 타면 조금 둘러 갈 뿐이다.       

        

오래전 첫 유럽 여행이 기억이 난다. 회사에서 직원 사기와 역량 향상을 위해 배낭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였다. 2주간의 해외여행 경비를 지원해 주었는데, 조건은 가이드 없이 혼자 여행하고, 필요한 경우 자비로 가족들과 함께 갈 수도 있었다. 나는 배낭여행 대상자로 선정된 후 고민을 하다가, 가족과 함께 여행을 기기로 용기를 내었다. 아내와 5학년 딸, 3학년 아들을 데리고 한 번도 가보지도 못한 땅을 2주간 여행한다는 것이 사실 두려움이었다.   

  

유럽여행 가이드북을 한 권 사서 5개국 9개 도시에 대한 여행 일정과 동선을 짜보았는데 문제는 숙소가 최대 고민이었다. 일단 첫 기착지 로마에 한국인 민박을 예약해 놓고, 그다음 숙소는 현재에서 잡는 것으로 하고 무작정 출발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좀 무모한 면도 있었지만 궁하면 된다고 원래 계획대로 다 돌았다. 소매치기도 당하고, 기차를 타고 가다고 엉뚱한 곳에 내리기도 하고, 기차가 연착이 되어 밤늦게 이동하는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었다.  

   

어깨에 큰 배낭을 메고 돌아다녀서 그런지 귀국해 보니 몸무게가 2kg 줄었다. 식구들 전부 배낭을 메고 새로운 세계로 돌아다녔고, 잘 몰랐기 때문에 즐길 수 있었다. 2005년도이니 10년도 훌쩍 지났지만, 남는 것은 사진과 추억밖에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가족과 함께 가지 않았다면 지금도 후회했을 것이다. 그 이후 아내와 애들은 여행사 상품을 통해 유럽을 다시 갔지만 배낭여행이 더 재미있었다고 말을 한다. 인간의 자유와 성취 때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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