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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버들 Feb 23. 2023

껍질

 잣나무



일 년을 나무에 붙어 있었다

하나인 듯 하나의 몸이었지만

하나인 듯 하나였던 껍질이 떨어진다 미련 없이 떠난다

잣나무의 거친 비늘 같은 껍질들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여린 속껍질이 다시 같은 모습으로 자랄 것이다

잣방울은 벌써 땅으로 떨어졌다

잣방울은 나무 맨 꼭대기에 열린다 따기 힘들게

공중에 파인애플 모습을 한 채 달려 있는 열매들

손이 닿지 않게 눈에 보이지 않게 열렸던 열매는

결국 땅으로 떨어졌다 아니 내려갔다

그 속에 또 하나의 갈색 껍데기로 둘러싼 씨들이 쏟아진다

먹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단단한 껍데기를 야 맛볼 수 있는 노란 알맹이 잣

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거친 껍질이

씨앗을 보호하기 위해 단단한 껍데기가

진짜는 잣을 만들기 위해서인가

작은 잣은 결국 하나의 잣나무

오래 살아남기 위해  

껍질에 껍데기를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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