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는데 기계는 알고 있다고

by 장버들


6개월마다 원통 기계 안에 들어가 '나'라는 피사체를 찍는다. 자기장에서 발생하는 에너지로 단층 촬영하여 몸속 복부와 흉부를 들여다본다.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것을 기계의 힘을 빌려 내 안을 본다. 나는 나라는 인간을 다 모른다. 하물며 몸속의 내부구조는 더더욱 모른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나를 계속해서 알아가는 중이다.


살다 보면 몇 번쯤 병원에 가고 입원을 한다. 그러면서 X-레이, CT, MRI 등 촬영을 한다. 방사선을 쬐면서 촬영되는 거라 되도록이면 자주 찍지 않는 게 건강에 좋다. 촬영된 사진을 통해 나의 뼈 구조를 자세히 보게 된다. 치아를 보기 위해 찍은 사진은 겉모습의 이미지와 전혀 다른 흑백으로, 흔히 보는 해골의 모습이다. 사진을 보면서 내 턱과 치아의 뿌리와 형태가 사실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잠깐 궁금해진다. 눈으로 보이는 내가 진짜인가? X-레이 사진으로 찍힌 모습이 나의 진짜 모습인가?


얼마 전 다리 무릎이 아파 정형외과를 간 적이 있다. 같이 간 딸은 대기실에서 기다리지 않고 진료실에 따라 들어온다. 대기실에 앉아 있으라고 해도 꼬리표처럼 따라 들어온다. 몇 번의 병원신세를 져서 그런가 자식이 부모를 더 걱정하는 것 같다. 진료를 마치고 나오는데 딸이 그런다.


"엄마, 다리뼈가 엄청 예쁜데. 다리미인이 따로 없네."

웃음이 나왔다. 다리는 안 예쁜데 다리뼈는 날씬하고 선이 이쁘다. 희한하다. 다리뼈처럼 몸속의 장기도 이뻐 보이면 좋겠지만 아직 장기는 익숙하지 않다.


오늘 원통 안에 들어가 이런저런 생각을 했다. 자력이 강한 자석으로 끌어당기는 힘이 내 배속과 가슴을 들여다본다. 겉모습보다 너의 속 모습이 더 궁금하다는 듯. 가운데 스피커에서 숨 들이마시세요 숨 쉬세요 기계음과 함께 통은 돌아간다. 통은 빠른 속도로 돌며 몸속의 구조를 찍어낸다. 블랙홀 속으로 빠져 들어가지 않을까. 잠시 우주의 블랙홀을 생각해본다. 아직 과학으로도 다 풀지 못한, 곧 풀릴 수도 있는 미지의 세계를. 그 안에 알 수 없는 시간과 공간이 궁금해지는 그런 날 나는 블랙홀 속으로 빠져들어가지 않았다.


최병소 작품 <의미와 무의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