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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Feb 03. 2019

밤과 적막, 그리고 헬싱키

#3. 헬싱키의 밤을 걷다



  



본격적으로 헬싱키를 둘러보기위해 거리를 나섰다. 
익숙한 유럽식의 풍경. 
그 사이 유럽에만 있는것 같은 트램의 레일들이 완벽한 소실점구도를 이뤄내고 있다. 


  



핀란드 민족주의 음악가인 *얀 시벨리우스 의 전시가 열리나보다. 
벽에 큼지막하게 홍보물이 붙어있다. 핀란드 스케일. 



*INFO  얀 시벨리우스 1865.12.8 ~ 1957.9.20 
민족적인 소재를 유럽풍으로 묘사한 작풍의 핀란드 작곡가다.
모교 헬싱키 음악원의 교수를 지냈으며 [칼레발라]를 비롯하여 [투오넬라의 백조] 등으로 명성을 떨쳤다.
음악가가 되려고 했으나 가족의 반대로 법률을 전공하다 다시 대학을 중퇴하고 헬싱키 음악원의 명피아니스트 부조니에게 사사하였다.
내성적인 성격으로 연주가가 되지는 못하고 작곡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https://youtu.be/8FzFMPc7aU4
music : False Horizon - Transition


어느새 어둠이 내려앉고 온통 회색빛 하늘이던 이 곳에 구름이 두껍게 깔린다. 

묘한 긴장감이 풍경 곳곳에 맴돌다 
우리에게 닿는다. 

걸어야지, 

이럴땐 말없이 걷기에 집중하며
공기의 냄새, 뿌옇게 시야를 흐리는 빛, 
이국적인 모양들, 
낯선 지구의 어느 곳, 나와는 전혀 상관없이 몇만년을 거듭해 이 형태로 진화해왔을
신선한 풍경을 인지한다.

  




낮은 조도, 그 속에 테트리스처럼 교묘하게 짜맞춰져있는 
킬힐을 킬, 해버릴것만 같은 바닥들. 


  



이른 저녁, 이미 낮게 깔린 어둠을 가르는
3번 트램, 그리고 그것을 운전하는 사람. 

  



휑한 거리, 그 위로 어지럽게 흩어진 트램용 전선들, 

  



쓸쓸하게 DP되어 연주자를 기다리는 업라이트 피아노. 

  



무슨 건물인지, 사각에 사각을 거듭하는,
계속 보고있으면 정신이 아득해져 정상궤도를 이탈해버릴 것 같은 건물들.  

  



빈 터널 안, 곳곳에 채워진 사람의 흔적들. 


  



조명으로 붉어진 하늘, 
그리고 푸른 빛을 흐릿하게 반사하는 그. 

  



이 서늘하고 쓸쓸하게 이어지는 길들은 어디까지 이어지는 걸까. 



앙상한 이 곳의 계절, 

더 앙상한 내 시선이 어떤 결핍처럼 느껴진다. 




나는 이 시간, 왜 하필 이 나이에.
왜 이곳에 와 있을까. 
이 낯섬의 연속인 풍경을 걷는것이 내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밤을 거닐다 보면
정답이 없는, 언젠가 어디선가 누구라도 했을법한 질문들만 쏟아진다.

  



우리와 비슷하게 
길을 거늬는 몇몇의 드문 인적들. 
찬란한 네온사인 사이, 비어있는 도시의 풍경이 낯설다. 

알콜 한방울 마시지 않았음에도 
물기가득한 날씨, 그 속에서 빛나는 네온사인이 사람을 취하게 만들기도 한다.  

텅 빈 도시의 밤에 취해
뜻모를 발걸음을 계속 이어간다. 

  




곧 마지막 운행을 할 것 같은 트램이 기다랗게 터덜거리며 지나간다. 
그 풍경을 보고있으니
마치 전부 잠든 도시 안을
트램만이 깨어 움직이며 돌아다니는 생물 같다. 




묘한 인상을 받고 급하게 앉아 스케치를 했다. 


영하에 가까운 추운 날씨, 

손이 시려 아려온다.

그래도 시린 손은 펜을 놓지 않고 춤춘다. 



마치 내게 

이 기분을 놓쳐서는 안돼. 

라고 말하는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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