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헬싱키의 밤을 그리다
감정이 충만한 몸으로 옆을 돌아보니 강이 보인다.
아니, 바다였다.
호수처럼 보이는 바다.
작아보이지만 드넓은 북유럽 바다로 이어지는 물 줄기들.
이 도시에도 가끔 오로라가 뜨겠지?
라는 생각이 언듯 스친다.
그리고 다시 드로잉 북을 펼쳐
오로라가 뜨면 이런 모습일까.
라는 질문을 그림으로 그려낸다.
추적추적 내리던 비는 어느새 눈으로 바뀌고
흰 점들이 하염없이 쏟아지는 도시의 풍경속으로
텅빈 도시의 밤을 배회한 달뜬 내 몸을
눈처럼 조각내어 감춘다.
* 쉬어가는 이야기
로버트 메플소프.
동성애자이자 자신의 성적 성향을 예술 사진으로 남긴
위대한 사진가였던 그.
그의 전시가 헬싱키, 이 곳에서 열리고 있었다.
또 헬싱키 샵 곳곳에 여러 험악한 공구들이 아기자기하게 디스플레이 되어있다.
DIY가 일상인 핀란드 사람에겐 대수롭지 않은 풍경.
메플소프의 사진집을 보면 이런 공구들로 성적 학대를 하는 작업들이 있는데
그 작업이 생각나 묘한 웃음이 나왔다.
사리셀카에서 오로라를 만나기위해 밤을 새며 호텔 로비에서 기다릴 때
로비의 티비에서 과감하게 흘러나오던 포르노 영상에서
핀란드인이 '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성'을 어떤 선까지 개방적으로 열어놓았는지 잘 인식할 수 있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 메플소프의 적나라한 작업처럼 농도짙은 전시가 가능할까?
라는 생각을 하면서
점차 다양성으로 열리고있는 우리나라 예술문화에 기대감을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