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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J Aug 21. 2024

감정으로 나를 소모하지 않는 하루


언제부터였는지, 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자신을 비난하는 습관이 있었다.     


시작은 ‘미안함’인 경우가 많았다.     


  어느 날,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 힘든 하루였다고 말했다. 들어보니 수업 중 작은 사건들이 있었다. 나의 공감을 원하는 아이의 마음임을 알았다. 그래도 그 자리에 있어 주지 못한, 지켜주지 못한 엄마의 미안한 마음이 한동안 가시지 않았다.     


  평소보다 조금 피곤한 모습으로 퇴근한 배우자를 볼 때도 미안함과 죄책감이 올라왔다. 경제적으로 큰 도움을 주고 싶지만 그러지 못하는 자신이 무능하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당사자에게 도움이 되기는커녕 내 마음만 무겁게 했다.     


  때로는 일어난 일과 주변 반응에 나의 상상력과 반추를 더 하기도 했다. 주변 사람들과의 일상적인 만남,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대화, 그 속에서 한순간이라도 어색하거나 불편한 부분이 있었다면, 돌아와 내가 잘못한 것은 없었는지 자신을 스스로 추궁했다. 때로는 확신했다.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다가 혹은 바쁘게 저녁 식사 준비를 하는 중에도 불쑥불쑥 생겨나는 감정들이었다. 운이 좋으면 한 번, 보통은 하루에 두 번, 어떨 때는 세 번이었다. 그런 날은 하루가 다 가기 전, 나의 에너지는 모두 소진되었다. 모든 비난은 내면에서 이루어졌기에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위로의 말 또한 있을 리 없었다.      


  최근에야 그런 감정 습관을 깨달았다. 긴 시간이 흘러있었다. 당연하게 여겼던 악순환이었다. 그 시작은 무엇이었을까? 타고난 성향이었을까?, 부모나 선생님에게서 배운 것일까?, 아니면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었을까? 적어도 분명한 것은, 어린 시절의 나에게 대안이 될 수 있는 생각이나 방법은 없었다는 것이었다.     


  솔직히, 일종의 쾌감을 느끼거나 나만의 보속으로 여겼던 때도 있었다. 내가 매우 고통스러웠으니 잘못을 용서받았다는 느낌이었다. 결국은 내 삶을 갉아 먹었을 뿐이었다. 이따금 그 먼 옛날로 돌아가 자신을 안아주며 위로해주고 싶었다. 그러다 아직 살아있으니 늦지 않은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이 오래된 습관을 놓아주기로 결심했다.      


  ‘이 계절이 가기 전 조금만 털어내자’     

 

  매일 새벽, 부정적인 감정에 잠긴 나를 끌고 거실로 나왔다. 대가 없이 받은 하루에 그저 감사하기로 작정했다. 기도하고 기록했다. 물론 그런 순간에도 우울한 감정이 다시 옷깃을 끌어당겼다.      


  ‘그래, 너라는 감정도 나에게 필요했던 때가 있었겠지.’     


  어느 날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감정에 맞서기보다 머물다 가도록 기다렸다. 어두운 시간은 조금씩이나마 줄어들기 시작했다. 집 거실에서는 초등학교가 보이는데 해가 뜰 무렵이면 교실에 하나둘 불이 켜졌다. 내 안의 공간에서도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가꿔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야 나는 나에게 말하게 되었다.     

  

  ‘고맙다. 나 자신’ )


끝.     

(원고지 10.3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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