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첫째 아이가 대학에 입학했다. 종종 소식을 들었기에 수험기간을 잘 이겨낸 아이가 기특했다. 뒤에서 마음고생했을 친구에게도 ‘수고했다’ 말을 전했다. 이제 대학 생활을 시작할 친구의 아이를 생각하니 그 무렵의 나도 떠올랐다.
친구와 나는 고등학교 동창이다. 우리는 한 번도 같은 반인 적은 없었다. 그녀는 내 친구의 친구였다. 당시, 나는 소극적이고 말이 없어 적극적인 친구가 다가오면 같이 지내는 편이었다. 그런 한 친구를 따라 문학동아리에 종종 들르곤 했다. 그러다 그 동아리 회원들과도 인사를 했고 어느새 같이 다니기 시작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하던 나에게 가입하라는 제안도 있었다. 그러나 소속감과 그에 따른 책임이 두려웠던 나는 매번 거절했다. 그렇게 동아리 아닌 동아리 생활을 3년간 했다. 함께 책 대여점을 가고, 떡볶이집을 갔다. 소풍처럼 특별한 날에는 동대문과 명동을 돌아다녔다. 헤어짐이 아쉬우면 서로의 집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당시, 친구들의 부모님은 맞벌이가 많아 집이 비어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중 한 친구의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 기억이 있다. 배가 고프다 싶으면 그 친구는 김치볶음밥을 만들어 주었다. 커다란 프라이팬에 기름을 휘휘 두르고 김치와 찬밥을 푸짐히 넣었다. 커다란 주걱으로 뒤적뒤적하다 마지막에는 아래가 거뭇거뭇 누르게 두었다. 매콤하게 익은 김치와 발간 밥알이 반들거렸다. 그릇에 덜 것도 없이 둥근 밥상 위에 숟가락 다발과 함께 턱하고 올려놓았다. 중간에 아작아작하게 씹히던 입안의 느낌이 아직도 생생하다. 매콤하고 고소한 밥알에서는 왜인지 단맛이 느껴졌다. 매번 같은 김치볶음밥이었지만 매번 맛있었다. 박박 소리 나게 숟가락으로 긁어내 먹고는 모두가 만족했다.
그 시간,
우리는 충분히 가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