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위로 1

by EJ


타다닥


비상구를 통해 위층으로 올라갔다. 복도 끝 대기실 문을 열자 안은 조용했다. 재이는 주변을 살핀 뒤 칸막이 뒤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후~’


이제야 긴장이 풀린다. 비스듬히 몸을 소파 끝에 기대자 스르르 눈이 감겼다.


찰칵찰칵


셔터 소리가 귀에 스쳤다.


“평소 쉬실 때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세요?”


여자 목소리다.


“뭐, 책도 읽고 영화를 보기도 하지요.”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가 대답했다.


‘꿈인가…?’


갑자기 목뒤가 서늘해졌다.


남녀 사이에 질문과 답이 오고 갔다. 작품세계에 대해, 도전하고 싶은 역할이 있는지에 대해 등등. 영원할 것 같은 둘의 대화에 재이의 속이 타들어 갔다.


“시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참이 지나서야 여자가 마무리 인사를 했다. 누군가 도구를 챙기는 소리, 문이 닫히는 소리를 끝으로 정적이 흘렀다.


‘다 나갔나…?’


몇 분을 더 기다리다 재이는 몸을 일으켰다. 바닥에 떨어진 구두를 조심스레 챙겨 신었다. 옷매무새를 만지며 나가는데 가림막 뒤, 한 남자가 서 있었다.


“으악!”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렸다. 남자가 급히 숙여 손을 잡았다.


“잘 잤어요?”


그가 말했다.


“아 죄. 죄송합니다. 아무도 없는 줄 알고…”


중심을 잡으며 겨우 내뱉었다.


“들어왔는데 웬 여자가 누워 있어 얼마나 당황했는지 알아요?”


나무라는 듯하면서도 화가 난 것 같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아까 스튜디오에 계셨던 분 맞죠?”


“네?”


“임원분이랑 같이 오셨잖아요.”


“아, 네…”


“꽤 고생하시던데”


“이번에 모델이 바뀌면서 걱정이 많으셔서요.”


대답하면서도 재이는 문 쪽을 바라보았다.


“더 쉬다가요, 많이 피곤해 보여요.”


“아니에요. 실례했습니다.”


고개로 인사한 뒤 문을 열었다. 처음처럼 주변을 살폈다. 다행히 다들 내려간 듯했다.


“그럼, 이따 봐요.”


뒤에서 남자가 다시 말했다.


“네?”


돌아보자 웃고 있었다.


“이따 뒤풀이한다던데 안 올 거예요?”


“아…”


“다 풀고 가요”


서둘러 밖을 나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새벽부터 나와 연신 뛰어다닌 하루였다. 위로를 받았지만, 하루가 더 복잡해지는 느낌이었다.


“웬일이야 회식에 다?”


광고팀 대리가 의아한 듯 한마디 했다. 재이는 못 들은 척 옆에 앉았다. 북적거리는 고깃집 테이블 사이로 남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 빈말에 나와앉아 있다니’


대리가 따라주는 소주를 받아 들이켰다. 하나둘 취해가는 틈에 이제 일어나려 할 때였다. 한쪽에서 반기는 소리가 들렸다. 모자를 눌러쓴 남자가 서둘러 들어왔다.


“늦었습니다.”


기분 좋게 웃으며 들어온 그는 팀장이 권하는 술잔을 받아 들었다. 왠지 안심됐다. 눈앞의 소주잔을 다시 들이켰다.



“어느 쪽이에요? 바래다줄게요.”


식당 앞에서 인사를 하며 다들 자리를 뜰 때였다. 같은 방향 일행 몇 명을 태워주겠다며 남자가 재이에게도 물었다.


“같이 가자”


이미 조수석에 자리 잡은 대리가 벌건 얼굴로 말했다.


“언니 같이 가요. 언제 또 배우 차 타보겠어.”


옆에 있던 후배 주영이 망설이는 재이의 팔짱을 끼며 거들었다.


‘그래, 너무 꿈 같잖아

처음 본 배우가 집까지 바래다주다니.’


취기를 핑계로 후배와 같이 뒷자석에 올라탔다. 등 뒤로 부드러운 가죽시트가 느껴졌다.


‘꿈일 수도 있으니까, 좀 더 위로받자…‘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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