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쨈맛캔디 Apr 23. 2021

두 유 노우 BTS?

Do you know BTS?

한국에 계신 분들과 근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제가 있다. 바로 BTS (방탄소년단)다. ‘미국에서 진짜 그렇게 인기 많아요?’ 미디어를 통해 보도되어 알고 있기는 하지만, 실 생활에서도 체감할 정도인지 궁금한 눈치다.


빌보드 뮤직 어워드 (Billboard Music Awards)나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처럼 권위 있는 메이저 음악 시상식에서 BTS 가 공연도 하고 수상도 하는 것을 보면, 이들의 인기는 이미 정상급이다. BTS관련, 트위터나 소셜 네트워크 채널은 매번 최고 수치를 갈아치우며 엄청난 파급력을 자랑한다. 특히, 젊은 층에게 폭발적인 인기가 있음은 분명하다. 그런데 막상, 내 주변에는 BTS 열혈 팬들이 없다 보니, 인기를 잘 체감하지 못했다. 순간 궁금해졌다. 주변에서 얼마나 BTS를 알고 있는지?


케이팝 (K-Pop)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BTS (방탄소년단)



어느 토요일 오후, 우리 꼬마들과 잘 놀아주는 옆 집 10대 고등학생에게, 뜬금없이 BTS를 아냐고 물어보았다.

‘두 유 노우 BTS? (Do you know BTS?)’


알고 있다고 했다. 반가운 마음에, 바로 ‘좋아하냐'라고 물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그럼, 물론이지!’하는 답변을 기대했다. 하지만, 자기는 좋아하진 않지만, 자기 학급에 일부 아이들이 팬이라고 했다. 여기서 물러서지 않고, ‘너는 왜 안 좋아하니?’하고 되물었다. ‘글쎄. 음악이 내 취향이 아니어서’라고 쿨하게 답한다. 옆에 같이 있던 중학생 아이에게도 물어본다. '두 유 노우 BTS? (Do you know BTS?)', 돌아오는 대답은 '누군지 모른다'고 한다. 옆집 엄마에게도 똑같은 질문을 하니, 자긴 음악을 잘 안 듣는다고 했다. 순간 서운한 마음과 알 수 없는 실망감이 들었다.


정반대의 경험도 있다. 한 번은 대학가 근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줄 서있을 때였다. 우리 꼬마들과 한국말을 주고받는 것을 듣더니, 뒤에 서있던 히잡 (hijab)을 쓴 여자분이 ‘한국인이세요?’하고 반갑게 묻는다. ‘네! 그런데요?’ 했더니 BTS 사진으로 도배된 휴대폰을 보여주며 ‘저 정국이 너무 좋아해요!’하는 게 아닌가. ‘정국’이란 단어가 들리자, 다른 무리에 있던 여학생들이 다가오며 ‘오 마이 갓! 알러뷰 지민!’ 하면서 외친다. 갑자기 BTS의 나라 한국에서 온 내가 그들의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다. 두 그룹이 서로 경쟁적으로 자기가 더 팬이라고 자랑한다. 괜히 어깨가 우쭐해진다. 와우! 인기가 이 정도였어?!


그러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나는 미국 사람들이 BTS를 아는지 확인하려고 했을까?


예전에 친구와 쇼핑몰을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백화점 건물과 상점마다 한 스포츠 선수의 광고로 도배되어 있었다. 유명한 사람인가 보다 했더니, 친구가 '톰 브래디(Tom Brady)'라고 알려준다. 미국 사람들이 가장 열광하는 슈퍼볼의 MVP 히어로이자 슈퍼스타다. 하지만, 난 미식축구에 전혀 관심이 없었기에, 별 감흥이 없었고 그들의 열광에 크게 공감하지 못했다. 하지만 한 번도 '두 유 노우 톰 브래디?'라는 질문을 들어본 적이 없다. 내가 좋아하든 말든, 그 사람은 이미 히어로이고, 그들의 자랑이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지 여부는 그다지 중요한 요소가 아닌 것이다.


슈퍼볼의 사나이 '톰 브래디.' 슈퍼볼 MVP는 이번이 다섯 번째다


돌이켜보면, 얼마나 바보 같은 질문이었던가 싶다. 분명한 것은 BTS 그동안 케이팝 (K-Pop) 불모지였던 미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을 사랑해주는 팬들과 그들의 음악을 공감할  있으면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누군가에게  취향을 강요할 필요도 없고, 확인받을 필요도 없는 것이다.


BTS 더욱 널리 알려지길 희망한다면 '두유 노우 BTS'라고 촌스럽게 묻기보다, BTS 음악을 자연스럽게 들려주는   좋은 방법일 것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