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가 한글학교에서 동요를 배워오더니 연신 흥얼거린다. <모두 다 꽃이야>라는 노래다. 국악 리듬으로 박자가 흥겨웠다. 그런데 가만히 가사를 듣는 순간 진한 감동이 밀물처럼 밀려왔다.
산에 피어도 꽃이고 들에 피어도 꽃이고
길가에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아무 데나 피어도 생긴 대로 피어도
이름 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봄에 피어도 꽃이고 여름에 피어도 꽃이고
몰래 피어도 꽃이고 모두 다 꽃이야
아무 데나 피어도 생긴 대로 피어도
이름 없이 피어도 모두 다 꽃이야
- 국악동요 <모두 다 꽃이야>
그렇다. 언제 피어나든, 어디서 피어나든, 어떻게 피어나든, 모두 다 꽃이다.
누구에 의해 이름 붙여진 꽃도 있고, 이름 없이 그저 들판 한 구석에 피어나는 꽃도 있다.
하지만 어떠랴. 그 존재만으로도 모두 소중하고 아름다운 꽃인 것이다.
꽃은 자기를 부정하지도 않고 다른 꽃을 닮으려 하지 않는다. 그 자체로 자신의 때에 자신의 색깔을 드러낸다.
묵묵히 자기의 자리를 지키고, 자신의 때에 활짝 피어나 본연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그게 며칠, 몇 주가 될지라도 자기의 주어진 운명에 따라 본분을 다하고 소리 없이 진다.
오직 자신만이 꽃이라고 드러내지도 않고, 다른 꽃을 질투하거나 부러워하지 않는다.
주변 환경과 조화롭게 조용히 자신의 삶을 살아간다.
그렇다. 모두 다 꽃이다.
인간도 그렇다. 우리 모두 다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순간, 아이의 동요를 듣고 뭉클함과 감동이 밀려왔다.
뜻밖에 아이들의 동요에서, 꽃에게서 위로를 받는다.
참 고맙다. 중요한 삶의 진리를 깨닫게 해줘서.
https://youtu.be/P9u5wxrHUvk
+ 내가 좋아하는 꽃에 대한 시를 한편 공유한다.
바람에 수도 없이 흔들려도 괜찮다. 피어나면 모두 다 꽃인 것이다. 생명 그 자체로 위대한 것이다. 당신도 나도, 모두 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 도종환, <흔들리며 피는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