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게 옷장에 청바지나 흰 티는 가지고 있어도, 흰 바지를 갖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만약 당신이 갖고 있다면, 당신은 패션을 좀 아는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흰옷은 관리하기가 까다롭다는 인식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색이 누렇게 변하기도 하고, 흰 옷에 음식이 튀면 얼룩이 도드라져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내 옷장에 흰 바지가 하나도 없었다. 일부러 안 사려고 한건 아닌데, 바지는 대개 검은색이나 회색의 어두운 계통이다.
그러던 어느 날 흰 바지를 선물 받았다. 선물은 자기 돈으로 사기 아까운 것을 받는 게 좋다는데, 그런 면에서 흰 바지는 딱이었다. 내 돈 주고 절대 안 살 아이템이니까.
그런데, 이 흰 바지가 참 묘한 매력이 있다. 신기하게도 어떤 옷이든 다 잘 어울린다. 스웨터도, 면 티도, 블라우스도, 정장도 캐주얼도, 흰 바지랑 입으면 뭔가 챙겨 입은 듯한 느낌을 준다. 상의와 색을 맞춰 입기도 훨씬 수월하다. 검은색이나 회색의 어두운 계통도, 핑크색이나 노란색의 화려한 색상도 찰떡같이 소화한다. 오히려 청바지보다 상의 고르는 게 훨씬 수월해졌다.
흰 바지를 입고 나가는 날은 옷에 더러운 것이 덜 묻도록 조심하게 된다. 하지만, 청바지를 입는다고 더러운 게 덜 묻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묻을 거면 묻으라지, 지우는 방법도 인터넷을 찾아보면 많다. 무슨 수백만 원짜리 명품도 아니고, 그깟 흰 바지에 떡볶이 국물 튀면 어떠랴. 후다닥 일어나서 지우러 가면 되는 것을.
당신이 나처럼 옷 입는 데 큰 에너지와 시간을 들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흰 바지를 시도해볼 것을 권한다. 의외로 옷 잘 입는다는 소리를 듣게 될지도.
+ 청바지에도 여러 색이 있듯이, 흰 바지에도 여러 흰색이 존재한다는 사실. 올 한 해 흰 바지와 좀 더 친해져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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