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케이크 속 딸기 개수를 세는 걸까?

by 쨈맛캔디

연말연시가 되면 빠질 수 없는 것이 케이크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모이는 자리에는

늘 케이크가 있고,

이 시기는 빵집의 1년 매상이 결정된다고 할 만큼

‘케이크의 달’이다.


최근 성심당의 딸기시루 케이크를

둘러싼 기사를 읽었다.

딸기 케이크를 사기 위해 새벽부터 줄을 서고,

기본 대기 시간이 다섯 시간이라는 내용이었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는

정가의 두세 배에 거래된 사례도 등장했다니,

그 열기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간다.




성심당 딸기시루가 사랑받는 이유는 분명하다.

경쟁사 대비 딸기의 양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단면뿐 아니라 위에도 딸기가 아낌없이 올려져 있어

보기만 해도 “딸기 딸기”하다.


케이크라기보다는 딸기로 가득 찬 ‘시루’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다른 과일 케이크들이 위에만 몇 개 장식처럼 올려두고

속에서는 거의 찾기 힘든 것과 대비되니,

사람들이 기꺼이 줄을 서는 것도 이해가 간다.


그래서인지 SNS에는

다른 제과점 케이크와 성심당 케이크의 단면을

비교하는 사진과 영상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확인하는 것은 딸기의 ‘양’이다.

몇 개가 들어 있느냐가 중요해지고,

적으면 “속았다”는 말과 함께 불만이 따라온다.


딸기 개수가 많으면 양심적인 케이크,

적으면 뭔가 숨기고 있는 케이크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문득 이런 질문이 들었다.

딸기 케이크에서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무엇일까.

정말 케이크를 먹고 싶은 걸까,

아니면 딸기를 먹기 위해 케이크를 사는 걸까.




케이크는 시트의 식감, 크림의 질,

그리고 전체적인 조화가 중요한 음식이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흑백요리사>의

안성재 셰프처럼 말하는 것 같지만,

재료의 ‘양’이 음식의 본질을 뒤바꿔서는 안 된다.


케이크는 본래 여러 요소가 함께 어우러지는 음식이다.

딸기가 넉넉한 것은 분명한 장점이지만,

그 안에서 균형과 조화를 느끼는 순간 역시

케이크의 즐거움이다.

많은 양의 딸기를 원한다면,

차라리 딸기 한 팩을 사 먹는 편이

더 솔직할지도 모르겠다.


성심당의 ‘혜자스러운’ 딸기시루가

잘못됐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딸기의 양을 비교하는 이 열풍을 보며,

우리가 음식을 평가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기준이 ‘양’으로 이동한 건 아닐지,

효율과 가성비를 따지는 문화가

음식에도 그대로 옮겨온 건 아닐지 생각하게 된다.


붕어빵 속 팥의 밀도나 마카롱 속 크림의 양이

음식의 퀄리티를 가늠하는

주요 척도가 되는 분위기처럼 말이다.


줄을 서고, 새벽에 이동하고,

득템 인증을 남기는 풍경도 닮아 있다.

맛보다 ‘가졌다는 사실’이 더 중요해진 건 아닐까.


그만큼 우리가 풍성함과 넉넉함을

더 그리워하는 연말이어 서일지도 모른다.


성심당 딸기시루에서 그 따뜻함을 찾고 싶은 마음.

마치 고향에 가면 이미 충분한 밥 위에

어머니가 고봉밥을 더 얹어 주는 것처럼.

넘치는 딸기에서 정을 느끼고 싶었던 건 아닐까.




어찌 됐든, 딸기의 양과 상관없이

가족과 친구들이 함께 모여

나눌 시간과 여유만 있다면

어떤 케이크든 그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