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방문했을 때였다.
아침 6시, 익숙한 루틴대로 동네 커피숍으로 향했다.
조용한 새벽 공기 속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쓰는 시간은
내게 하루를 여는 소중한 의식 같은 것이었다.
미국에서는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래서 당연히 문이 열려 있을 것이라 믿고
가게 앞에 섰는데,
문이 닫혀 있었다!
다시 시계를 보며 스스로에게 되물었다.
“6시에 커피숍이 닫혀 있다고?”
미국에서는 스타벅스도 새벽 4시 반이면 문을 연다.
이른 시간임에도 벌써 몇몇 사람들은
조용히 노트북을 펼쳐 하루를 시작하고,
출근 시간이 다가오면
커피를 들고 뛰어가는 발걸음들로
공간은 금세 활기를 띤다.
그 익숙한 풍경이 떠올라서일까,
한국의 닫힌 커피숍 앞에서
나는 잠시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주변 카페들을 검색해도 마찬가지였다.
7시, 8시 30분, 10시…
어떤 곳은 11시 30분에야 문을 열었다.
조용히 아침에 커피를 마실 공간을 찾기가
생각보다 어려웠다.
흥미로운 건,
한국에는 커피숍이 정말 많다는 사실이다.
두 집 건너 한 곳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닐 정도다.
또한, 한국의 아침이 결코 늦게 시작되지 않는다
운동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이른 출근 시간을 맞추려 발걸음을 재촉하는 이들,
새벽부터 쉴 틈 없이 움직이는 배달 오토바이들까지...
도시는 충분히 일찍 깨어 있다.
그런데 왜 커피숍은 늦게 여는 걸까?
먼저 떠올랐던 건, 한국에서는 굳이 카페가 아니어도
언제든 커피를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24시간 편의점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으니,
새벽에 뜨거운 커피 한 잔이 필요하다면
그곳에서 금방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편의점 커피는 어디까지나
지나는 길을 채우는 커피다.
잠시 멈춰 앉아 노트북을 펼칠 자리도 없고,
새벽의 고요를 온전히 들이마실 만큼
머무를 여유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리고, 문득 카페 입장에서는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해 뜨기도 전의 시간에 문을 연다는 건,
그만큼 인력과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일 테니까.
새벽에는 손님은 많지 않고, 주문도 뜸하고,
수익만 놓고 보면 새벽 오픈이
매력적인 선택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한국의 저녁이 되면 풍경이 달라진다.
한국의 밤은 길다.
저녁 식사 후 다시 일하러 들어가는 회사원들,
늦은 시간까지 학원과 독서실을 오가는 학생들,
어쩌면 한국의 저녁은
하루의 두 번째 막이
조용히 올라가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시간에는
커피가 꼭 필요해진다.
아침 커피가 몸을 깨우는 역할이라면,
한국의 저녁 커피는 마음과 정신을 다시 붙잡는
하나의 작은 의식 같다.
그래서일까.
한국의 카페는 새벽보다 밤에 더 오래 불을 켜둔다.
미국은 그 반대다.
해가 지면 대부분의 가게가 하루를 접고,
사람들은 자연스레 집으로 돌아간다.
저녁은 ‘멈춤’의 시간이고,
도시도 함께 쉬어간다.
그래서 카페도 일찍 문을 닫는다.
이렇게 보니 두 나라의 카페 오픈 시간의 차이가
삶의 속도와 문화의 차이를 반영하는 듯하다.
그럼에도 한국에도 분명 나처럼
새벽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니즈가 있을 것이다.
아직 그들을 위한 공간은 많지 않지만,
언젠가는 새벽의 문을 열어줄 카페가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그리고 부디,
그곳이 내가 사는 동네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