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 -19으로 인해 심화되는 빈부격차
Covid의 여파로 하루가 멀다 하고 여러 상점들의 폐점 소식이 들려오고 있다. 그 와중에, 10년 동안 함께했던 동네 빵집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은 기분을 정말 착잡하게 만들었다. 이 빵집은 한국의 ‘파리바게뜨’처럼 세련되고 깔끔한 브랜드 빵집이 아니다. 말 그대로 동네 조그만 제과점으로 가내 수공업식으로 빵을 구워낸다. 그래서, 빵의 종류도 생김새도 제멋대로지만, 나름 특색있고 다양해 고르는 재미가 있는 곳이였다.
무엇보다도, 이곳은 오랜 시간 동안 동네 터줏대감 같은 역할을 했다. 아이들 생일이 있을 때면, 으레 이곳에서 생일 케이크를 주문하곤 한다. 히어로를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배트맨 케이크를, 겨울왕국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엘사 케이크를, 말만 하면 척척 테마에 맞춰 케이크를 만들어 준다. 크리스마스나 핼러윈데이에는 테마에 맞춰 쿠키를 구워내기도 한다. 특히, 아침에는 베이글과 도넛을 사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대충 동그랗게 만들어서 설탕가루를 묻힌 도넛이라 외형은 투박하지만, 달달하니 맛이 아주 좋다. 무엇보다 가격이 참 착하다. 한입에 넣기 좋은 미니 도넛이 12개에 $3이다. 아침에 커피를 사러 갈때면, 꼭 들려서 아이들 도넛을 사 오는 것이 필수 코스였다. 그런 곳이 문을 닫는다니, 추억도 함께 사라지는 것 같아 슬프고 서운하다.
Covid-19 이후 기업들의 성적을 보면 빈부격차가 얼마나 삼화 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외출이 힘들고, 집에서 격리해야 하는 코로나 시대에, 아마존과 같은 온라인 전자상거래나, 줌(Zoom), 넷플릭스(Netflix)와 같은 온라인 IT 회사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며 시장을 잠식해가고 있다. 특히, 팬데믹 자이언트 (pandemic-giant)로 불리는 아마존은 두 자리 숫자 성장세를 이어가면서, 지난해 가장 많은 직원들을 채용했다. 덕분에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의 재산은 1,800억 달러 규모에 달하며 세계 최고 부자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출처: 줌·아마존·넷플릭스‘언택트 시대의 승자’ 코로나시대 뜬 기업들 / 한국일보)
코로나가 불러온 불평등의 한파는 특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더욱 혹독하게 불어닥치는 듯하다. 한 통계에 의하면, 미국에서 매일 약 800개의 소규모 비즈니스들이 문을 닫는다고 한다. 작년 4-9월 사이에, 약 160만 개의 사업장들이 문을 닫았으며, 이중 60%가 영구히(permanent) 폐점했다고 한다 (출처: Yelp data shows 60% of business closures due to the coronavirus pandemic are now permanent/ CNBC). 정말 비참한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조사에 의하면, 레스토랑이나 술집이 가장 타격이 컸고, 그나마 주문배달(To-go)이 가능한 피자집 같은 경우는 서바이벌할 수 있었지만, 아침식사나 브런치를 먹는 곳이나 샌드위치 가게 같은 곳은 가장 높은 폐업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우리 동네 빵집도 더 이상 Covid의 한파를 견디지 못해 결국 문을 닫게 된 것이다. 가까운 한 예로, 작년 한 해 유치원 학급에서 생일 파티가 한 건도 열리지 않았다. 주로 생일이나 이벤트가 있을 때면, 빵이나 쿠키, 컵케잌을 보내 학급 친구들과 나누고는 했지만, 이제는 Covid 우려로 인해, 스낵을 함께 나누는 것을 더 이상 하지 않겠다는 공지가 있었다. 오프라인 대면 수업이 중단되거나 제한된 상황에서, 생일 파티는 호사일 것이다. 최근 백신이 나왔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상황이 쉽게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들려온다.
폐점한 다음날, 습관처럼 빵집에 살짝 들렸다. 불도 꺼져있고, 문도 굳게 닫혀 있었다. 더 이상 빵 굽는 냄새도 나지 않았다. 단지, 문 앞에 그동안 감사했다는 메시지만 남겨 있을 뿐이였다. 그동안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저 도넛을 사주는 것뿐이었지만, 그래도 Covid의 한파를 '알아서 잘' 견뎌주기를 내심 바랬던 것 같다.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미안한 마음과 동지를 잃은 듯한 서운한 마음에, 그저 물끄러미 작별 메시지만 쳐다보다 발걸음을 옮겼다.
Covid로 인해 기업들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언택트 시대의 혜택을 누리는 기업이 있는 만큼, 반대편 그늘은 더욱 춥고 어둡게 느껴진다. 엄청난 실적을 갈아치우며 성장하고 있는 글로벌 IT 기업들에게는 축하받을 일이겠지만, 영세 자영업자들의 몰락과 빈부격차의 명암이 교차되는 상황을 지켜보는 마음이 참 쓸씁하다. 동네 빵집이 모두 사라져서, 미니 도넛을 아마존에서 주문해야만 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