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쨈맛캔디 Jan 13. 2021

트럼프 트위터 영구정지, 과연 옳은 선택인가?

소셜 미디어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에 대해

최근 미국 의사당 폭력 사태로 정국이 어수선하다. 한때 한국 정치가 막 나갈 때, 국회의사당에 빠루(노루발못뽑이), 도끼, 망치가 등장해 국민들을 경악케 했었는데, 이에 질세라, 200년 민주주의 상징인 미국에서는, 최루탄과 총으로 무장한 수천 명의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의사당에 난입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각목을 든 시위대들은 외벽을 타고, 유리창을 부수고 회의가 진행 중인 본회의장에 난입했다. 이들은 회의장 침입, 하원 의장실 점거, 셀피 촬영, 기념품 절도 등 신성한 의사당을 순식간에 무법천지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4명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놀랍게도 이 중심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있었다. 대선 결과에 승복할 수 없다는 트럼프 대통령은 지지자들을 향해 “우리가 이겼다. 도둑질을 멈추게 해야 한다. 우리가 의사당으로 가서, 이 나라를 되찾을 것이다”라고 연설하면서, 들끓는 시위대에 기름을 부었다. 범죄나 테러 영화에나 나올법한 일이 현실로 벌어진 어이없는 상황에, 모두들 망연자실하게 지켜볼 뿐이었다. 결국, 상황은 무력으로 진압됐고, 내란 선동 혐의로 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 탄핵소추 안이 발의됐다. 임기 9일 남기고, 두 번째 탄핵안이 발의된 것이다. 갈 때까지 치닫는 미국 정치의 민낯을 보는 심정이 착잡했다. 


의사당 폭력사태를 일으키며 점거한 시위대들 (출처: CNBC)




무엇보다 이번 의사당 폭력 사태에서 흥미로운 점은 빅 테크 (Big Tech) 기업들의 강도 높은 대응 조치였다. 이러한 '트럼프 심판' 분위기에 힘입어, 추가 폭력 선동의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트위터 (Twitter)는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을 영구 정지시켰고, 이어서, 페이스북 (facebook)과 유튜브 (Youtube) 도 합세했다. 본인의 지지자들과 소통이 막히자, 새로운 창구로 열성 보수층이 많은 팔러 (Parler)로 갈아타려 하자, 바로 애플(Apple)과 구글(Google)이 각 앱 스토어에서 해당 앱을 삭제시켰다. 아마존(Amazon)도 그들의 웹서비스(AWS)에서 팔러의 호스팅을 정지시켰다. 또한, 미국의 주요 온라인 포럼인 레딧 (Reddit)에서도 트럼프 관련 포스팅을 정지시켰다. 약속이라도 한듯, 미국의 빅 테크 기업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고, 그들의 갖고 있는 영향력과 파워를 과시라도 하듯, 트럼프 대통령의 입과 손을 봉쇄하는 데 성공한 듯 보였다. 그런데, 과연 그들이 정의를 실현한 것으로 볼 수 있을까? 


트위터에서 영구 제재당한 트럼프 대통령 계정 (출처: finance.yahoo.com)


의사당 폭력사태 관련자들은 반드시 법과 질서에 의해 처벌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온라인 소셜미디어 공간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빅 테크 기업들의 결정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상황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특히, 이러한 온라인 소셜 미디어는, 기존의 오프라인 언론이나 미디어들이 갖고 있던 기득권에 반해, 개개인들도 미디어가 될 수 있다는데서 출발한 소셜 미디어 기업들이라, 지금 상황이 더욱 아이러니하다. 


그렇다면, 불법 선동을 부추기는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를 그대로 놔뒀어야 하나? 굳이 답변하자면, '그렇다'이다. 도덕적으로 마땅히 지탄받을지언정, 법에서도 보장되는 표현의 자유를, 빅 테크 기업들의 정치철학이나 소신에 의해 임의로 판단되어지는 것은 위험하다.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의 계정이 영구 제재를 당하고 온라인 소통창구가 봉쇄되었지만, 나중에는 유사한 논리로 다른 누군가의 언로가 봉쇄될 수 있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나 지지자들 중 한 명이 '트위터'를 인수해서 소유하게 됐다고 생각해보자. 그리고, 본인들이 당한 것처럼, 반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을 '위험하다'는 이유로 영구 제재시킬 수도 있는 것이다. 즉, 표현의 자유가 자본의 논리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빅 테크 기업들은 이익 추구를 목표로 하는 사기업들이다. 임기 내내, 트럼프 대통령은 인종차별적이고 혐오를 조장하는 트윗을 꾸준히 올렸고, 의도적으로 갈등과 적대감을 조장해왔다. 하지만, 그때 빅 테크 기업들의 자세는 매우 소극적이었고, 침묵하였다. 그러다, 이번 대선 결과와 민주당이 상원과 하원을 모두 장악하고 막강한 권력을 갖자, 지금 그들의 보여주는 모습은 그때와 극명히 대비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가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지지자들을 선동해 소요사태를 만든 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도의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다. 만약,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면 민주적 법적 절차에 의해 처벌받아야 한다. 하지만, 적어도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데스크 밑에 숨어서 끝까지 트위터에 포스팅을 올린다고 한들, 그의 표현을 자유를 막아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전에, 그가 스스로 트윗을 하지 않는다면 더욱 고맙겠지만 말이다. 



관련 아티클:

Twitter shares tumble more than 10% after site permanently bans Trump finance.yahoo.com

트럼프 "탄핵추진은 분노 불러…내 발언 적절" 선동 책임 부인 / 연합뉴스


작가의 이전글 10년 된 동네 빵집이 문을 닫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