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과 청각을 의도적으로 차단하라
언제부터인가 20분 이상 바짝 집중하는 게 쉽지 않아 졌다. 습관적으로 스마트폰을 계속 확인하게 되고, 나도 모르게 SNS에서 별로 친하지도 않은 지인들의 근황까지 살펴보게 된다. 유튜브에 한번 들어가면, 알고리즘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몇 분짜리로 토막 난 영상들을 자동 플레이하며 계속 보게 된다. 그러다 보면 30분, 1시간이 금세 지나가 버린다. 정작 유튜브 CEO인 수전 워치츠키(Susan Wojcicki)는 퇴근 후 저녁에는 스스로 디지털 전자 기기 사용을 차단하고 있다는데 말이다.
디지털 기기들이 우리 삶을 더 즐겁고, 효율적으로 만들어 준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하루를 돌이켜보면, 무언가를 성취했다는 느낌보다는, 에너지를 그냥 소진해버렸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 일까? 디지털 기기가 나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라, 그것들이 오히려 나의 소중한 시간을 야금야금 갉아먹고 있는 것 같았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 뇌는 이메일, 문자 메시지 확인 등, 잔업에 잠시 기울였다가 다시 본업에 집중하기까지 거의 30분이 걸린다고 한다 (출처: How Long It Takes to Get Back on Track After a Distraction ). 언제나 온라인 상태에 있으려 하고, 바쁘게 멀티 태스킹을 하려는 환경이 업무 효율성과 집중을 저하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업무 스트레스로 이어지고, 만족도 또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 주변에는 너무나 많은 '시간 도둑'과 방해꾼들이 있다. 온갖 유혹이 넘쳐나는 디지털 세상에서, 어떻게 해야 나만의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시간의 퀄리티를 높일 수 있을까? 이런 나의 고민에 큰 도움이 되어준 2가지 아이템을 소개해본다.
나는 마감 압박이 있을 때 집중을 잘하는 스타일이다. 일단, 바짝 집중할 수 있는 시간 단위를 25분으로 정했다. 이때, 구글 시계로 유명한 "타임 타이머 (Time Timer)"를 사용하면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빨간색이 점점 줄어들며 직관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알람을 맞춰놓고, 목표 업무 한 개를 설정한다.
예를 들어, '이메일 답변하기'로 정했으면, 먼저 중요한 메일과 그렇지 않은 것들을 구분 후,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불도저로 밀어버리듯' 빠르고 과감하게 정리해 나간다. 그리고, 긴 답변이 요구되는 메일에 시간을 좀 더 배분한다. 이 시간 동안은 오직 설정해 놓은 하나의 목표 업무만 하는 것이다. 중간에 카톡 메시지가 와도 집중시간에는 확인하지 않는다. 만약, 25분 내에 끝내지 못한 일은 다음 타깃 목표로 설정해서 마무리하면 된다. 이렇듯 타임 타이머로 마감 시간 압박을 주는 것은, 업무 집중도를 높이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됐다.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 중, 주변 소음은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특히,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음은 내가 컨트롤하기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소리라던가, 옆 사람의 대화 소리나 TV 소리 등, 여러 잡음에 의해 쉽게 집중력이 분산되기 마련이다. 처음에는 백색 소음이나 카페 클래식 음악을 들으면서 집중하려고 했지만, 귀마개만큼이나 훌륭한 것은 없었다.
귀마개를 꽂는 순간, 마치 깊은 물속에 들어간 듯한 고요함이 느껴지고, 어느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게 된다. 소리의 차단이 갖는 힘은 꽤 놀랍다. 오히려 시각적인 차단보다, 청각적인 차단이 주는 몰입의 힘이 더 강력한 것 같다. 타임 타이머가 마감을 알리면, 바로 귀마개를 뺀다. 그러면, 소리가 뻥 뚫리면서 수면 위로 올라와 다시 현실로 돌아온 느낌이 든다. 타임머신이 따로 없다. 만약, 당신이 5초 내로, 주변의 유혹과 잡음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면, 귀마개를 사용해 볼 것을 적극 권한다.
한 가지 추가 팁이 있다면, 스마트폰의 화면이 보이지 않도록 뒤집어 놓는 것이다. 휴대폰이 옆에 있으면 자꾸 확인하고 싶어 진다. 그렇다고 멀리 치워놓으면 왠지 불안하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휴대폰을 책상 옆에 두되, 뒤집어 놓는 것이다. 처음에는 혹, 중요한 메시지를 놓칠까 봐 불안할 수 있다. 하지만, 20-30분 늦게 답장했다고 틀어질 관계라면, 일찌감치 정리하는 게 좋고, 정말 급한 용건이면 전화가 오기 마련이다.
지금 이렇게 브런치를 쓰는 시간도, 나는 타임 타이머를 맞춰놓고, 귀마개를 꽂고, 스마트폰을 뒤집어 놓은 채, 바짝 집중해서 글을 쓰고 있다. 글 한편이 완료될 때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올 한 해, 과감하게 '시간 도둑'과 멀어지고 싶다면, 이 두 가지 아이템과 함께 해볼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