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생각
한 달에 한번,
치과 치료를 위해 부암동엘 간다.
그곳에,
오랜 지인이 하는 치과가 있기
때문이다.
굳이,
동네에 있는 치과를 외면하고
자동차로 한 시간 가까이, 혹은
더 걸리는 때도 있는, 그 먼 곳까지
가는 이유는, 글쎄 잘은 모르겠지만
오랜 시간이 가져다준 믿음 때문일 것이다.
치과 치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석파정옆 북악스카이 길로 올라가는
낮은 언덕길 옆 작은 건물에, 소마라는
어스름 한 커피집을 아주 가끔 들리는데,
어제 마침
아주 오랜만에 들려,
진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왔다.
매일매일
한잔 정도는 빼놓지 않고 마시게 되는 커피도,
그 맛에 차이가 있게 마련인지라, 보통은 그르려니
하고 마시고 지내다가, 가끔씩 진짜 커피다운 커피를
마셔보고 싶을 때가, 그럴 때가 있게 마련인가 보다.
오늘 아침도,
늘 그랬듯이 커피 한잔을 사 가지고 올라와,
홀짝홀짝 한 모금 한 모금 마시고는 있지만,
그 맛이 매일매일 같은 듯, 다르다는 것을,
익히 느끼곤 한다.
하물며 같은 곳에서 매일 사 오는 것임에도 말이다.
커피맛에도 미세한 차이가 있듯이,
하루하루의 내 마음에도 분명, 커피 맛처럼
미세한 감정의 차이가 자연스레 생기기 마련일 것이다.
모든 것에는
다 이유나 원인이야 있게 마련이겠지만,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마음으로
다스리게 되는 가는, 커피물을 내리는 미세한
손동작과 물의 온도가 작용하는 이치와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
세월에 익숙해질 만큼 살다 보면,
자연스레 느끼게 되는 감정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그래서인가...
기계에서 빼내는 커피대신,
손을 놀리면서 따끈한 물로 내리는 커피가
생각나게 되는...
부암동에도
그런 커피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