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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를 보러

잡다한 생각

by 김은집

오늘 낮

돌고래를 보고 싶은 마음에

그들이 출몰한다는 바닷가로 가보았습니다.


그곳 어디쯤에서 자리를 잡고 두어 시간을 넘게 가슴 조이며 기다렸지만

결국 지나가는 돌고래들을 보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아쉽지만 그들과의 조우를 다음으로 미뤄야 했습니다.


이제 이 밤이 지나고

여명이 밝아 오기 전에 제주를 떠나 육지로 향하는 배를 타고

있을 겁니다.


깊은 바다 한가운데서

금방 바닷물에 얼굴을 씻고 불그스레한 볼에 환한 미소를

머금고 올라오는 아침 해님과 커피 한잔을 나누어 마실 때쯤,


행여나 어제 못 만난 돌고래들이

나의 떠남을 배웅해 주기 위해 찾아와 주는 상상으로

설레는 밤이 흐르고 있습니다.


설령

상상하는 만남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다음이라는 기다림이 있으니 괜찮습니다.


기다림과 그리움이 있는 시간들이 같이 하는 한,

아직 생의 한가운데 서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니까요.


왜?

오늘 갑자기 돌고래가 보고 싶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보고픔이 있기에, 아직은 살만한가 봅니다....

2019. 12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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