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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생각

1. 시작

by 김은집

쓸데없이,

나는 늘 실없이 생각이 많았다.

정확히 말하면 생각이라기보다는 잡념이 많았다는 게

좀 더 올바른 표현이 닐까 싶다.


이 종잡을 수 없는 잡념증으로 인하여,

기억도 되지 않을 만큼, 얼마나 많은 시간들이

공 없이 사라졌을까 싶다.


언제였는지?

몇 살 때였었는지 모른다.


고향집 대문밖 길가에서

할머니 등에 업힌 어린 내 눈 속에는

저 멀리 걸어가고 있었던 여인의 뒷모습이 있었고,

그 여인의 뒷모습은 마치 액자 속 흑백사진 한 장처럼

아주 오랫동안 내 기억의 창고 속 어딘가에 놓여 있다가,

이따금 그 창고문이 열려, 그곳으로 들어가게 되면, 이내

눈에 보이곤 했었다.


이제는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아주 오래전, 할머니 상여가 나가던 날, 잔잔하게 맑은 햇빛들이 풀어진 실타래처럼

내려앉는 시간, 상여에서 내려진 관위로 덮어지는

흙더미처럼, 세상에서 유일한 보호자였던 나의 할머니와의

이별을 누군가의 손에 이끌려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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