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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한 생각

주저주저

by 김은집

가끔씩 딱히 할일이 없을 때가 있다.

물론 요즘은 가끔이 아니라 일상이 대부분 딱히

해야하는 일이 드문 날들이다.


그래서 그런가, 소가 먹이를 먹고 되새김질을 하듯,

무작위적으로 지나간 일들이 그것도 순서도 없이

호출될 때가 많다.


선친은 그 지방에서 나름 행세깨나 하는 분이셨다.

어린 기억에도, 집에는 매일 이른 아침부터 손님들이

수도 없이 드나들었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급작스럽게 가세가 기울고,

급기야는 고향을 등지게까지 되었다.


나중에서야 알게되었지만, 밀어주었던 정치인의

몰락과 더불어 그의 사업까지 영향을 받게 되었고

결국에는 파산을 하게 된 것이다.


어린 날의 기억이라 세세한 내용은 모른다.

굳이 알고 싶지도 않았었다. 딱 하나 분명하게 아는것은

정치나 정치인들 하고는 거리를 두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어떤 중요한 것 같은 결정에서, 이상하리만큼

주저주저하는 마음이 심하게 작용을 했었던 기억들이 있다.

그래서 좋은 기회를 놓치게 된 결과들이 많았다.

조금 더 과감하고 용기를 내, 주저없이 내질렀다면,

결과론적이지만, 포기한 선택의 결과들이 좋았던 것들이

많았다. 주저함이 가져다 준 씁쓸함이다.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이란 타이틀을 건

미술 전시회에 갔다가, 유독 눈에 띄어 한참을 그 그림앞에

서 있었다. 에곤 실레의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이였다.


자화상의 눈에서 마치 나의 속마음을 발견한 것 같은

느낌이 왔기 때문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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