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첫번째 전략
오늘은 한 아이가 감기로 학교를 가지 못했다.
유치원에 다니던 시절에는
한 아이가 아프면
혹시 다른 아이도 감기 기운이 있을까 싶어
둘 다 집에 두곤 했었다.
그게 버릇이 되었는지
초등학교에 들어간 지금도
한 아이가 아프면
다른 아이도 학교에 가지 않으려고 한다.
몇 번 같은 이야기를 반복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마음을 조금 단단히 먹었다.
“너는 이번에 감기 다 앓았어.
이제는 학교에 가야지.”
어떻게든 학교에는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늘 둘이 함께 다니던 길이라
혼자 가는 아이의 뒷모습이
조금 외로워 보였다.
학교 가는 길을 따라 나서
함께 걸어가는데
아이가 나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오늘 배 아프다고 하고
수업 끝나면 방과 후는 안 하고 집에 올래.
학교에도 그렇게 말하고,
아빠한테도 그렇게 말해야겠지?”
아이의 말은 점점 길어졌고,
혼잣말처럼 종알종알 이어졌다.
이렇게 말하면 괜찮을까,
선생님은 뭐라고 하실까,
아빠한테는 어떻게 얘기해야 할까.
전후좌우를 따져가며
작은 머리로 상황을 굴리는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마치
엄청난 전략을 세우는 사람처럼.
나는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귀엽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낯설기도 했다.
나는 잠깐 망설였다.
지금 이 순간
이걸 바로잡아야 하는 걸까.
“거짓말 하면 안 돼.”
라고 말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이 작은 전략을
한 번쯤은 지나가게 두어도 되는 걸까.
아이의 얼굴을 보니
거창한 속임수라기보다는
그저 오늘 하루가 조금 버거워
스스로 만들어 낸 작은 탈출구 같았다.
그래서 나는 말했다.
“그래. 그렇게 해.”
말을 하고 나서
아주 잠깐,
작은 죄책감이 스쳤다.
엄마가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
지금 나는
아이의 거짓말을 도와주고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그날은
아이를 가르치는 날이라기보다
아이를 지켜보는 날처럼 느껴졌다.
그날 저녁 나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아, 오늘 배 아팠다며?”
그날 우리는
아이의 작은 거짓말을
함께 연기했다.
아이들은 자라면서
세상을 여러 방식으로 시험해 본다.
어떤 날은
정직을 배우고,
어떤 날은
용기를 배우고,
또 어떤 날은
이렇게
자기만의 전략을 배운다.
나는 그날
아이에게 무엇을 가르친 걸까.
거짓말을 허락한 걸까,
아니면
세상이 조금 버거울 때
엄마는 가끔 편이 되어 줄 수도 있다는 걸
알려준 걸까.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분명한 건
그날 아이는
혼자서 학교에 가는 하루를 버텨냈고,
나는
아이의 작은 거짓말 하나를
조금은 흐릿한 눈으로
덮어 주었다는 것이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무언가를 가르치는 일만이 아니라,
자기 나름의 방식으로
세상을 건너가는 방식을
처음으로 목격하는 일이기도 한가보다.
다음 날, 아이에게 이 글을 읽어주었다.
처음에는 자기 이야기인 줄 모르고
신이 나서 읽어 내려갔다.
그러다
“방과 후는 안 하고 집에 올래”라는 문장을 읽는 순간,
말끝이 흐려졌다.
그제야
자기 이야기라는 걸 알아차린 것이다.
그래도 끝까지 읽어 내려간 아이에게
이 글을 올려도 되는지 물었다.
쑥스러운 얼굴로
“올려도 돼”라고 말했다.
그날 나는
한 번 더
아이에게 허락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