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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 별 Nov 16. 2019

페이스북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

파란책은 나의 전화번호부 (feat. 프라하 한달살기)

프라하 한달살기 3일차, August 3rd 2019


특별한 사람을 만나기로 한 날이다. 특별하다고 하기보다는 프라하에 유일하게 아는 사람이라고 하는게 좋을 것 같다. 페이스북에는 다양한 커뮤니티가 존재한다. 특정한 동아리 같은 개념의 커뮤니티도 있고 언어교환이나 상업적인 용도의 광고도 많이 볼 수 있다. 이 점이 싫어서 페이스북을 떠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피할 건 피하고 잘만 이용하면 분명 도움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 ‘아는 사람’을 프라하 언어교환 페이지에서 만났다. 사실 독특하게도 프라하에 포르투갈어 원어민을 찾고 나는 한국어나 영어로 대화할 수 있다 라는 내 글을 보고 이 사람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9월부터 한국 회사에서 일하게 되어 한국어를 배우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는 체코 사람이고 프라하가 아닌 1시간 반정도의 근교에 살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프란티섹이며 이름을 발음하기가 살짝 힘들었다. 나에게 프라하 시내도 구경 시켜줄 겸 한국어도 배우겠다며 오늘 오후 2시에 바츨라프 광장에서 만나자고 했다. 떨리기 보다 약간 긴장이 되었다. 혹여 이상한 사람은 아닐까 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여행이란 새로운 인연을 만나지만 또 경계를 늦춰서는 안되는 낯선 곳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사람을 만나기로 결정한 것은 거의 2주가 넘도록 연락을 주고받았고 연락만으로는 사람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순수하고 솔직한 사람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시계는 2시를 향해가고 있었다. 나는 약속장소에 거의 다 닿았을 즈음 그가 타고 오던 튜브(그들은 전철을 튜브라고 부른다) 라인 점검 중이라 인근에 다왔는데 버스로 갈아타느라 조금 늦을 것 같다 하였다. 나는 괜찮다며 천천히 오라고 하였고, 역에서 내려 약속장소에서 그를 기다렸다. 10 - 15분 정도가 흐르고 그가 헐레벌떡 뛰어왔지만 나를 보진 못했다. 실제로도 착하고 순수한 사람인 것 같아 자리를 뜨지 않았다. 마침내 우리는 인사를 하고 그는 긴 다리로 속력을 내며 본인에게 시간이 많이 없다며 가장 유명하고 꼭 봐야 하는 건축물, 장소부터 빠르게 가자고 재촉했다. 나보다 훨씬 조급하고 신나 보였다. 프라하 천문시계까지 정말 한걸음에 달려갔다. 왜 이렇게 급하게 가는 걸까 의구심이 들 무렵 정각에 맞춰 울리는 종소리가 사방에 퍼졌다. 고맙지만 힘들었다. 다이나믹한 하루가 될 것 같은 예감이 직감적으로 스쳤다. 대부분 유럽 특히 올드타운의 바닥은 돌 바닥이다. 볼록볼록 크기가 다른 돌들 덕분에 다리가 금방 피로해진다. 그 많은 돌들 위에서 달릴 때는 더 힘들다. 이 로컬 여행사 가이드는 오늘 일정을 ‘빡 세게’ 진행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중간중간 한국말을 알려주었다. 나름 회사 생활할 때 유용할 것 같은 몇 가지 단어들이었는데 2분 뒤면 그는 금방 잊곤 했다. 언어도 약간의 주입식 교육이 필요하다. 앉혀 놓고 받아쓰기를 시키고 싶었다. 프란티섹 로컬 가이드의 여행 중 우리는 큰 물줄기의 소나기를 만났다. 시원하게도 내려 홀딱 젖어버렸다. 기온은 급격히 낮아졌고 체감은 거의 영상 5-6도 정도였다. 으슬으슬 춥기까지 했다. 8월에도 비가오면 날씨가 쌀쌀해지는 프라하다. 긴가민가 하며 챙겼던 긴 팔 옷들을 정말 요긴하게 잘 입었다. 반면 한국은 폭염으로 밖에 나가기도 무서울 정도로 한국이 동남아보다 더 덥다는 사람도 생기고 있다. 투어는 7시에 종료되었고 우리는 너무나 쿨하게 각자의 방향으로 걸었다. 그는 낯선 이 곳의 ‘아는 사람’에서 ‘좋은 사람’이 되었고. 그렇게 나는 새로운 사람을 인생계정에 추가하게 되었다. “참는 것과 망설이는 것은 다르다. 나는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그는 나에게 짧은 시간안에 프라하를 아름다운 곳으로 기억되게 해주고 싶어 더 많은 것들을 보여주려고 애썼던 것 같다. 공항에서부터 깃발 들고 온 여행사보다 더 바쁘게 앞장서고 설명하고 자유시간도 주지 않았지만, 그의 따뜻한 마음과 체코인의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던 반일 로컬 투어였다. 만약 모르는 사람 ‘stranger’를 만나는것이 두려운 나머지 새로운 사람을 만나보려 않으려 하는 않는다면 특히 그 사람들이 외국인이라면 나는 당장 알을 깨고 그 답답한 보호막에서 나오라고 말할 것이다.


한달여행에서 얼마나 많은 교류를 하게 되고, 또 그들과 지속적으로 인연이 될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직감이 있고, 자기관이 있고 또 두려워 할 줄 아는 사람이다. 나와 같은 사람이라면 새로운 인연을 현명하게 만들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생각지도 못한 나는 여행에서만 20명 이상의 친구를 사귀었다. 그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으며 서로의 안부를 묻는다. 그 연결창은 기업가치가 최근 100 계단이나 떨어진 페이스북이다. 많은 사람들이 지금 페이스북을 떠나고 있지만 공교롭게도 세상 사람들이 다 하나쯤 가지고 있는게 바로 페이스북 아이디이고 어쩌면 가장 쉽고 빠른 연락망이다. 6년전에 만났던 캐나다행 비행기 옆자리 미국 친구, 유럽여행 게스트 하우스 카페테리아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 나누었던 스페인 친구, 일본 출장 중 만난 프랑스 친구 등. 만약 개인여행을 떠난다면 그리고 그 친구와 선을 연결하고 싶다면 페이스북을 현대판 삐삐라고 생각해보자. 일상으로 돌아왔을때 삐비빅 한번씩 울리면 추억소환 엔돌핀 역할을 할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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