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개인주의란?

캐나다는 개인주의라고 했잖아요.

by 새벽 별


04 진정한 개인주의란?

캐나다는 개인주의라고 했잖아요.





캐나다에 오기 전, 사람들은 큰 착각 하나를 하게 된다. 이 땅의 사람들은 모두 이기적인 개인주의일 것이라는 것. 나 역시도 그렇게 생각했고 한국의 정이나 따뜻함은 기대하지 말자 라고 마음먹기도 했다. 그래도 캐나다 사람들은 비교적 친절하다고 하였으니 내가 식당에서 주문할 때 어버버 한다고 해서 나를 핀잔주거나 하진 않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도 했었다.



처음 캐나다 땅에 발 딛기 전 나는 백화점에서 판매직으로 4개월 정도 아르바이트를 했다. 한국의 백화점은 보통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연장 근무를 한다. 최소 30분에서 1시간 정도 연장 근무를 하면 밤 9시나 10시 정도에 끝나게 되고 집에 도착하면 아무리 빨라도 10시 40분이다. 하루가 마무리된 시간이다.



캐나다에 도착하고 수업이 조금 일찍 끝난 금요일이었다. 클래스 매이트들과 쇼핑센터에 가서 밴쿠버에만 있다는 Tea브랜드를 구경 가려고 부랴부랴 센터로 향했다. 도착한 센터는 이상하게도 한산하고 금요일 오후 치고는 썰렁하기까지 했다. 한국과는 다른 풍경에 의아해하며 아직 활발한 시간 직전인가 보다 하고 되려 신나서 목적지로 향했고 우리는 셔터 내릴 준비를 하는 직원과 눈이 마주쳤다. 그 시간 오후 3시 50분이었다. 직원은 백화점 전체가 이제 마감이라며 멋쩍은 미소로 설명했다. 알고 보니 그 주는 롱위캔드로 월요일이 추수감사절이었고 금요일부터 단축근무를 시행하는 것이었다.



솔직히 적잖게 놀란 친구들 틈에서 나는 한동안 말없이 이 충격에 대한 사고 회로를 지나고 있었다. 첫 질문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월요일이 추수감사절이면 지금 연장근무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소이 우리가 말하는 대목인 오늘, 내일은 적어도 오후 7-8시까지만 오픈해도 매출이 엄청 나올 텐데.. 오후 4시에 마감을 하면 평소 나오는 목표금액도 안 나올 텐데?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구매하지 못한 물건들이 있으니 불편하기까지 할 텐데..

끝없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로 방황하고 있던 내 회로에 방지턱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 인근에는 속도조절, 그리고 가족이란 단어가 보였다. 회로에 불이 꺼지는 순간이었다.



지난 4개월 백화점에서 알바를 했던 시간뿐만 아니라 지나온 나의 휴일들은 모두 사람 중심이 아닌 기업 중심이었다. 노동절마저도 일을 나가셨던 아버지에게 공휴일은 그냥 또 하루의 근무일이었고, 우리 가족들은 그것이 그냥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다. 추수감사절은 한국에서도 추석 같은 명절로 한 해의 큰 공휴일이지만, 기업들은 또 그것을 어쩌면 본질을 잊고 이익으로 본 것이고 그 자리에는 그런것들이 희생인지 모르는 근무자들이 있었다.



밴쿠버에서 가장 큰 쇼핑센터의 금요일 단축근무는 나에게는 충격과 공포로 처음 다가왔지만 어쩌면 캐네디언들의 마인드셋을 이해할 수 있는 가장 큰 계기가 되었다. 그들이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과 기업 역시 근무자들을 또 다른 가족으로 존중해주는 구조를 통해 나는 캐나다를 더욱 갈망하였는지 모르겠다. 한국에 없던 그것을 처음 찾은 날이기도 했다.



진정한 개인주의란 개인들이 각각 행복해지는 것이 개인주의가 아닐까? 그들이 단축근무를 통해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는 것, 기업(단체)이 아닌 각자의 시간과 능력이 더욱 인정받는 곳, 그런 의미에서라면 캐나다는 개인주의가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