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으로 취업하는 게 왜 나쁜 거죠?
07 인맥 평준화
인맥으로 취업하는 게 왜 나쁜 거죠?
인맥이란 단어가 한국에서도 사회적으로 크게 부정적인 편은 아니지만
'인맥으로 취업을 했다'라고 하면 다소 편향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놀랍게도 캐나다 입학 상담을 오는 다수가 묻는 질문이 바로 '인맥'에 대한 내용이었다. 보통은 외국인으로서 인맥을 어떻게 형성하는지 그게 가능한 부분인지 걱정과 우려가 섞여 출국 전부터 풀이 죽어 계신다. 캐나다에서의 인맥은 학연, 지연, 혈연이라는 한국식 사전적 정의와는 사뭇 다르다. 이미 고정된 라인이 아닌, Social Network 즉 사회적으로 만들어 가는 관계에 조금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내가 만일 외국인이라서 불리한 부분이 있다는 것은 사실 생각하기 나름이다.
캐나다 현지에서의 인맥과 취업 사이의 관계는 생각보다 활성화되어 있고 그것은 사회 전반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주기도 한다. 그 이유로 나는 이 글의 소제목을 인맥 평준화라고 지었다. 평준화란 수준이 서로 차이 나지 않는 비평준화의 반의어로, 우리는 보통 평준화 지역, 고교입시 평준화와 같이 중고등학교 입학 시기에 많이 접해봤을 단어이다.
그렇다면,
과연 캐나다의 인맥 평준화는 무엇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모두에게 인맥 형성 기회가 주어진다. JOB FAIR(취업박람회)라는 분기별 행사가 바로 그 기회의 공식적인 장소인데 대학을 막 입학한 새내기 학생들, 2학년에 올라간 예비 시니어들 그리고 졸업반까지 모두가 참여할 수 있다. 커뮤니티 컬리지나 기술 전문대학을 가는 친구들의 목적은 단연 취업이다. 취업을 위해서는 회사의 정보가 얼마나 확보되어 있는지, 내가 지망할 역할의 실무가 정확히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이 핵심임을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것을 설명해 놓은 '진짜 정보'를 과연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그것을 제공해줄 사람은 또 어디 있는가?라는 의문이 생긴다. 캐나다의 전문대학은 그 정보를 가장 정확하게 줄 수 있는 곳은 교수님도 취업 정보 사이트도 아닌 현직자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는 이런 어려움을 해소시키고자 공식적으로 회사를 초대하기 시작했다. 연간 3-4회 이상 진행되는 교내 취업 박람회를 통해 보다 정확한 정보를 학생들이 당당하게 얻어내고 선명한 그림을 그릴 수 있게 지원해준다. 교내 취업 박람회에는 로컬, 글로벌 회사들의 실무진이나 HR(인사 관리) 담당자들이 부스를 차리고 학생들을 기다린다. 많게는 300여 개 이상의 부스가 캠퍼스에 설치되기도 한다.
그렇다. 대놓고 제공하는 인맥 만들기 타임이다. 바로 이 곳에서 주어진 인맥 형성 시간을 잘만 활용해도 한층 더 취업의 문을 내 앞쪽으로 당겨 올 수 있다. 모든 학생들에게 동등하게 제공되는 이 시간 동안 어떻게 내가 활용했는지에 따라 상이한 결과를 낼 수 있을 텐데, 물론 기존에 이런 열린 공간, 커뮤니티를 경험한 적이 없다면 어색하겠지만 이곳에서 만큼은 전혀 그럴 필요가 없다. 당당하게 부스로 걸어 들어가 "나는 사실 너희 회사를 오늘 처음 들어봤고, 업종도 아직 잘 모르지만 관심 있어!"라는 멘트를 던져도 전혀 부끄러워하거나 민망해하지 않아도 된다. 모르는 것이 어쩌면 정상이다. 그들도 회사를 알리고 더 많은 인재를 찾고자 이 자리에 나와있는 것이며, 이런 현장에서 듣는 소리가 곧 값진 피드백이 된다. 결론은 학생과 회사, 양측 모두 New-insight를 공유할 수 있는 담백한 시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곳에서의 인맥은 합당한 것이 되고 나의 적극성이 덧대여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공정한 프레임이 만들어진다. 당당하게 업계 실무진들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 직무와 업무의 이해를 깊이 있게 하는 것은 결국 취업 후 업무 만족도가 높아지게 되고 나의 만족이 곧 회사의 발전으로 연결될 수 있다.
아직 인맥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이 있다면,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
우리가 누군가를 추천해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의 평판을 위해서라도 정말 괜찮고 적합한 친구를 추천하려 할 것이다. 추천은 곧 보증이라는 단어가 함축되어 있고 우리는 이 보이지 않는 신뢰를 결코 잃고 싶지 않기 때문에 무엇보다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인맥 역시 단순히 선이 이어졌다고 해서 취업으로 연결된다는 보장이 없고 언제든 끊어질 수도 있지만 어쩌면 거미줄처럼 안에서 바깥으로 정교하게 모양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우리도 누군가를 통해 세계관을 확장할 수 있음을 그리고 그 길에는 여러 방향이 있음을 사람으로부터 얻을 수 있다.
나에게는 다소 충격적이었던 인맥의 평준화는 곧 일방향적이고 수동적인 취업시장에서 학생/취업 준비 생들이 주체가 되어 동등한 자격으로 회사를 알아가고 평가하고 만날 수 있다는 점에 큰 매력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