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지만 전 다음 역에서 내릴게요.
세상에나! 세상이 너무나 빨리 달리고 있다!
시간을 흘려보낸다는 것은 마치 내가 도태되고 있는 것만 같다.
모든 시간에 다 의미를 부여해야 할 것만 같고,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는 것 그 이상으로 조각조각 내어 계획하고 실행해야지만 성공한 사람으로 불리는 현대사회를 맞이 했다.
여러 상황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하여 출퇴근 시간이 줄어들거나 사라지고 디지털 노마드가 탄생하며 시간은 더 '이상' 또는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는 것만 같다.
인터넷 서핑이나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다 만나는 광고들은 무섭게도 나의 알고리즘을 따라 좋은 싫든 나를 감찰하고 있다. 나의 흔적은 곧 상업적인 먹이가 된다.
우리들 사이에 불리는 단어 '서울시차', '서울 멀미'는 타 도시에서 서울에 진입하는 순간 느끼는 그 스피드와 혼잡함을 말한다. 왠지 모를 불안감에 주위 분위기에 따라 호흡을 맞추고 기분은 붕 떠있다. 좋은 감정인지 또는 불편한 감정인지 인지하기도 어렵다.
이 도시는 섞이고 부딪히고 그렇지만 전혀 서로에게 관심 주지 않으며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사람에 정 주기가 어려워 자꾸만 물질에 의미를 부여하고 성장에 갈망하고, 지하철 같은 칸 이름 모를 저 사람의 옷차림에 나를 비교하며 주눅이 든다.
나는 이 정도면 평균일까? 너무 느리게 달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인생은 속도가 아닌 방향이라고 했던 어제와 다르게, 지금은 되려 인생은 방향보다 속도!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나타나고 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내 심장 속 馬은 이렇게 불안해할까? 우린 모두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는 걸까?
그렇다면 그곳 또한 만원일 텐데...
난 다음 역에서 내려 천천히 걸어보겠다. 좀 늦어도 주위를 둘러보며 손 한번 뻗어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