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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 별 Jan 01. 2021

31살의 진로 고민

11, 21, 31, 41, 51 우리들은 어떤 선택과 마주하게 되나요

31살도 진로 고민을 합니다.


지금 시간이 힘든 가장 큰 이유는,

현재 무엇이 가장 중요한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어릴 때 가장 부러웠던 사람은 아름다운 목소리를 타고난 내 중학교 친구였다. 성악을 공부한 그 친구는 중, 고등학교 때부터 뚜렷한 길이 있었고 고민 없이 학부, 대학원 성악을 전공하며 합창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에 비해 예체능이 적성인 줄만 알고 앞으로 전진하던 나는, 어려운 가정 형편에 비하여 성공을 거두기에는 이 분야에서의 성공확률이 희박했기에 현실을 마주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는다. 고2, 3 때 광고가 너무 좋아서 데이비드 오길비 광고책을 보고 또 보고 블로그를 통해 세계 옥외 광고를 접하며 전율을 느꼈지만, 수능 최저 성적을 맞추지 못하여 광고홍보학과에 끝내 진학하지 못하였고 성격과 잘 맞을 것 같은 호텔경영을 가게 된다.


그러다 대학교 2학년 때 한 수업을 듣고 공부가 아닌 정말 재미있어서 학습하게 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이를 통해 목표라는 것을 만들게 된 것이다. 그 수업은 바로 '마케팅'이었고, 나는 결단력 있게 편입을 결심한다. 패기였는지 미련이었는지 고 3 때 떨어졌던 학교에 마케팅 학과로 재지원하게 된다. 그리고 운이 좋아 24살의 나이로 3학년이 되어 꿈에 그리던 학교를 다니게 되는데 이때는 내가 계획했던 모든 것들이 이루어지면서 인생의 희열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다. 아마 태어나 처음이었다.

이상적 이게도 내가 뜻하였던 것들을 차곡차곡 이루어가면서 너무나도 행복했고 감사했고 또 즐거웠다.



이후, 한 번의 위기가 27살에 찾아왔지만, 그때는 괜찮았다. 마음은 조급했지만 생각보다 두렵지는 않았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 적지만 경력도 쌓였고 사회생활도 해본 오히려 지금의 내가 27살 취준생이었을 때 보다 더 나약해져 있고 작아져있다.


나이가 들수록 걱정이 많아지고 선택에 주저한다는 것을 어릴 때는 이해하지 못하였다. 어른이면 더 대담하고 당당하고 멋진 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지금 내 모습을 보면, 한없이 약해져 있는 수풀 뒤에 숨은 사슴 같기만 하다.


수풀을 지나 내 모습이 다 드러날 때마다 몸을 사리며 나를 감추어 버리고, 또 다른 수풀을 찾기에 급급하다. 당당해져서 아름다운 자신을 드러내기는커녕 소심하게 한걸음 한걸음 내딛고 이내 또 숨어버린다. 캐나다 교환학생 때, 워킹홀리데이 때 그 당당하고 자신감 있던 내 모습은 사라지고 지금은 타인의 성공과 나의 현실을 비교하는 내 모습에 낯설다.  이내 뿌리쳐보려고 마음을 고쳐먹어 보려 애써도, 단기간에 쉽사리 머릿속을 엎어버릴 순 없나 보다.


디지털 시대로 가는 모든 사회와 산업을 부정할 수 없다. 싫다고 거부하면서도 파도에 휩쓸리듯 우리는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진로를 고민하는 나의 31살, 파도에서 생존할 수 있게 물을 먹더라도 내가 원하는 종착지로 향할 수 있도록 지금 나는 고통스럽지만 견뎌내고 있다. 지금이니까 그런 시간이니까 나는 고민할 수 있다. 남들 모두 힘들 때 같이 힘들어보고, '아! 그때 정말 어려웠지' 나중에는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시간이 오길 바라며 오늘도 고민한다. 나의 진로, 나의 길, 앞으로의 방향.


고민의 끝에 더 멋진 내가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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