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돈을 벌지 못한다는 자괴감이 들 때

돈을 벌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여기저기 방황하기

by 한들

돈을 벌던 사람이 돈을 벌 수 없게 되면 많이, 아주 많이 당황이 된다. 당장 쓸 돈이 없어 생활고에 빠져서 힘든 것이 아니라, 앞으로는 스스로 돈을 벌어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마구 솟구쳐 올라 혼돈 속으로 빠져든다.


나에게는 버젓이 직장에 다니는 남편이 있다. 쓸 돈이 줄긴 해도 굶어 죽는 건 아니니까 생존의 위협을 느끼진 않아도 된다. 그럼에도 다행으로 여겨지지 않는 건, 절대적 생존의 위협이 아니더라도 나의 경제적 삶이 다 끝나버리는 듯한 허망함 때문이었다. 경력단절이 무서운 건, 바로 이런 마음이 들기 때문이 아닌가.


돈을 벌 수 없으면 어떻게 살지?


평생 남편에게만 의존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인가? 주는 것만 받아먹으면서 살아야 하는 것인가? 나의 미래는 이렇게 쪼그라드는 것인가? 남편 혼자 버는 걸로 어떻게 네 식구가 살아갈까? 남편이 혹시 건강이 나빠져서 쓰러지거나 실직을 하게 되면? ……. 오만 생각이 머릿속을 둥둥 떠다녔다. 집에서 뭐라도 해야 된다는 충동이 가슴속을 두드려 댔다.


첫 번째로 관심을 가진 것은 주식이다. 얼마 안 되는 목돈이라도 괜찮은 주식에 넣어두면 반찬값이라도 벌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전문 투자자처럼 대박 수익을 바라는 것이 아니니까 5%만 되면 바로 팔고 다른 주식 사고, 또 조금 오르면 팔아서 소소한 재미를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야말로 단타매매를 해서 돈을 벌어볼 요량이었던 것이다.


초보자가 그렇듯이, 공부도 하지 않고 그래프 아니, 빨간색 화살표만 보고 이것저것 샀다. 잘 오르는 것을 사면 계속 오르겠거니 생각했던 것이다. 오로지 감만으로. 아니나 다를까, 내가 샀던 주식이 갑자기 올라서 하루에 십만 원이나 벌었다. 와~ 너무 신나서 그날은 맛있는 걸 사 먹었다. 그러나 여지없이 다음 날엔 푹 떨어졌다. 괜히 맛있는 거 사 먹는 데에 돈만 썼다.


주식을 매일 쳐다보며 며칠을 살다가, 이건 나의 길이 아니라는 것을 처절히 느꼈다. 급박하게 움직이는 그래프는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는데, 나는 그런 종류의 스트레스를 감당할만한 강심장이 아니었다.


그다음으로 몰입했던 건, 바로 ‘스마트 스토어’였다. 알 수 없는 알고리즘으로 ‘신000 채널의 창업 다000’ 콘텐츠를 접하게 되었는데, ‘이거다’ 싶었다. ‘단군이래 가장 돈 벌기 좋은 때’라는 캐치프레이즈 아래, 많은 자본이 있지 않아도 쉽게 창업하고, 위험부담도 크지 않게 사업을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지 않아도 학원을 차렸다가 정리하면서 많은 돈이 수중에서 흩어져버린 경험이 있던 터라, 무자본 창업이란 말이 귀에 솔깃했다.


스마트 스토어에 가입하고, 유튜브에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방법을 탐색하기 시작했다. 직접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 유통을 할 수 있다고도 했고, 중국에서 사입을 해오면 아주 싼 값에 물건을 떼 올 수도 있다고 했다. 키워드만 하나 잘 걸리면 대박은 순식간이었다.


꿈에 부풀었지만, 딱 거기까지. 결국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다. 치명적이게도 나는 쇼핑을 좋아하지 않는다. 아닌, 나는 쇼핑을 싫어한다. 나한테 필요한 물건도 잘 안 사는데, 내가 소비 트렌드를 읽고 물건을 파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심각한 회의가 밀려들었다. 난 스마트 스토어를 키워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콘텐츠가 좋았던 거지, 직접 스마트 스토어를 운영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던 거다.


그다음은 ‘제휴 마케팅’이었다. 제휴 마케팅은 직접 쇼핑몰을 운영하지 않아도, 내 블로그에다 제품에 대한 리뷰를 올리고 구매 링크를 올리면 되었다. 직접 물건을 유통하는 것보다 더 쉬워 보였다. 게다가 글 쓰는 건 나의 주특기 아니었던가.


그런데 떠올려보니, 예전에 내가 이런 비슷한 알바를 한 적이 있었다. 개인 SNS에 광고 아닌 듯 후기 글을 올려 제품을 노출시켜 주고, 글 한 건당 돈을 받았었다. 지금은 이런 후기성 광고가 흔하지만, 그때 당시엔 초창기라 희귀한 알바였다. 학교 다니면서 하기에 참 편했다. 그럼에도 나는 그 알바가 싫었다. 해당 제품에 내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쏟아붓기가 싫었다. 그것도 글을 쓰는 일이라, 머리를 많이 써야 했다. 세상에 쉬운 일이 하나도 없다.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내가 좀 까다로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뭐 이렇게 따지는 게 많나. 그래서 결국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나는 정말 돈을 벌 수 없는 사람이 된 것일까?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위에 언급한 일도 붙잡고 하자면 집중해서 파고들어야 했다. 여기저기 떠도는 말로는 ‘집에서’, ‘아이 키우면서’, ‘쉽게’ 할 수 있다고 했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 정성을 들이지 않으면 성과를 내기가 힘든 분야가 바로 인터넷 사업이다. 장소만 자유롭지 온 신경을 그곳에 두어야 가능한 일이다.


나에게 가장 부족한 자원이 그 ‘신경’이었다. 온종일 내 신경을 붙들어 매는 아이를 무시하고, 다른 일에 신경을 쓸 수가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러고 싶지 않았다. 신경 자원이 부족해지면, 아이가 조금만 내 예상과 맞지 않게 움직여도 ‘열폭’을 하게 된다. 그것만은 정말로 피하고 싶었다. 엄마가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징징대는 아이를 달래고 위로도 해줄 수 있다. 신기한 건, 엄마가 여유가 있으면 아이가 잘 징징거리지도 않는다는 것.


그래서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버렸다. ‘남편에게 의존 좀 하지 뭐…….’라며 마음을 내려놓았다. 그 대신 ‘내가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건 무얼까’ 떠올려 보았다. 돈을 좀 벌어보겠다는 요량으로 여러 돈 공부를 하다 보니, 부자가 되기 위해선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부자가 되는 공식

돈을 번다
돈을 불린다
돈을 지킨다


지금까지 돈을 벌거나 불리는 것에 관심이 쏠려서, ‘돈을 지킨다’는 쪽에 관심을 기울여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새로운 무언가를 시도하고 경험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여 무언가 ‘유지’하는 걸 잘 못한다. 당연히 돈을 아껴본 적도 없다. 없어서 못 쓴 것일 뿐, 돈이 있으면 생각을 많이 하지 않고 쉽게 썼다.


‘돈은 생기면 쓰는 것’이란 철칙(?)을 가지고 있었다. 또 ‘돈이 없으면 벌면 되지.’라는 당찬 생각 혹은 거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여태까지는 그렇게 살아왔으니까… 일하면 돈을 벌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생각해도 무리는 없었다. 아이를 둘을 안고 있는 지금,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는 택도 없는 소리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돈을 지킨다’이다. 그간 내가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길을 택해서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아, 나머지 길은 ‘짠 테크’이고 ‘가계부 쓰기’이구나! 울면서 겨자를 먹어보기로 했다. 몸에 해로운 건 아니니까… 괜찮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새로운 나를 만나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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