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 평생 외롭지 않게 살 수 있는 비결

언제고 세상과 함께할 수 있는 능력은 무엇일까?

by 한들

논어에 이런 말이 나온다.


공자는 ‘덕은 외롭지 않으며 반드시 이웃이 있다’라고 말하였다.
(덕불고 필유린(德不孤 必有隣))
논어, <이인 편>


덕이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않고, 반드시 이웃이 있게 마련이라는 뜻이다. 나는 ‘덕불고 필유린’이라는 말의 어감이 왜 이리 좋은지 모르겠다. ‘덕불고, 덕불고, 덕불고.’ 몇 번이나 마음속으로 대 뇌어 보아도 어감이 참으로 좋다.


이 말은 신영복의 ‘강의’라는 책에서 발견했다. 평소 동양철학에 대해 관심은 있었지만 따로 읽을 시간이 없었다. 늘 그렇듯이 진짜 시간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른 것에 우선순위가 밀려서 마음으로는 읽어야지 하면서도 진짜 책을 펴지는 못했다. 그러다가 아이 낳고 돌아다니지도 못하고 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책을 펴게 되었다. 게다가 같은 동네에 사시는 분께서 인문고전을 좀 읽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셨기에 함께 읽기로 했다.


몸이 천근만근 늘어지는 월요일 아침. 남편과 아이를 보내고 식탁 앞에 모여 앉았다. 커피 한 잔을 들이켜고, 일주일 동안 읽은 부분을 서로 설명해 주었다. 나는 ‘강의’라는 책을, 그분은 ‘관자’를 읽었다. 책을 선택하는 기준은 딱히 없었다. 특별한 목적이 있는 독서 모임은 아니었기 때문에 우선 당기는(?) 것부터 읽은 것이다.


이 독서모임은 일 년 정도 이어졌다. 그동안 강의와 관자를 야금야금 읽어갔다. 각자 읽고 싶은 책도 중간중간 읽어 나갔다. 월요일 아침은 충만한 시간이었다. 조금씩 더듬어 간 책이 우리의 인식과 삶을 조금씩 물들였다. 이해관계가 걸린 것도 아니고, 몸이 편한 것도 아닌데 그렇게 정해진 시간에 만남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에는 이유가 있다. 이 시간이 주는 의미, 그리고 함께 하는 사람. 공자가 학습하고 벗을 만나는 것을 기쁨이라고 한 이유를 알겠다.


그나저나 ‘덕’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이렇게 질문을 던져보니 답을 하기가 쉽지 않다. 여러 가지 총제적인 자질이 모두 덕이라는 한 단어에 들어있는 것 같다. 그것은 좋은 성품일 수도 있고, 능력일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을 대하는 자세, 혹은 공동체적 가치관 같은 것일 수도 있다. 함께 더불어서 좋은 것을 만들어 보고 싶은 마음은 아닐까.


이것이 있으면 외롭지 않고 다른 이와 함께 거할 수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 안에 있어도 외롭고 공허해지기 쉽다. 사람을 아무리 부둥켜안는다 해도 허전할 수 있다. 무언가 삶에 앙꼬가 빠져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과 단순히 같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필요한 무언가가 채워지지 않는다. 오히려 방향성 없이 사람을 만나면 깊은 상처만을 얻고 만다. 나의 어려움과 어두운 면을 상대가 해결해 주길 바라면 더욱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워진다. 상대도 알 것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 사람에게 자꾸 나쁜 것을 투척하는 사람이라는 걸 말이다.


대신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듣고, 잘게 소화를 해주고, 그 문제를 담아줄 줄 아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누군가는 나에게 와서 편히 쉬며 머물 것이다. 어두움이나 상처가 없는 사람은 없기에, 내가 그런 사람들을 보듬을 수 있다면 죽을 때까지도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뜻하고 위로가 되어주고 능력을 발휘하여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 된다면, 사람들은 자기에게 필요한 걸 자연스럽게 찾아오게 마련일 것이다.


일부러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찾아 떠돌아다닐 필요가 없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폐쇄된 공간에 오롯이 앉아만 있어도 안 되겠지만, 누군지도 모를 사람을 찾아서 맹목적으로 이리저리 헉헉거리며 다닐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렇지 않더라도 덕이 있는 사람 주위에는 항상 사람이 있을 것이다. 군중이 아니라 진짜 서로에게 존재하는 사람이.


그러기 위해서는 충만한 시간을 많이 보낼 필요가 있다. 매 순간 사람을 수단으로 쓰지 않을 결단이 필요하다. 나의 고통과 어려움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하지 않도록 나 자신이 나를 잘 돌보아야 하기도 한다. 그리고 무언가에 정념을 다해서 탁월해지도록 나 자신을 갈고 다듬어야 한다. 그렇게 서서히 인생에 나 자신을 뜨겁게 녹여가는 그 과정이 삶을 충만하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외롭지 않고, 허하지 않고, 세상과 함께 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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