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대선을 복기하며

by 서론

삼국지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매우 잘 아는 말이 있다. 합구필분, 분구필합. ’합쳐진 것은 반드시 분열하고, 분열한 것은 반드시 합쳐진다.‘라는 말이다. 오늘 새벽 20대 대선이 끝났다. 결과는 예상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윤석열의 승리와 이재명의 패배, 만감이 교차하는 이 순간에서 합구필분, 분구필합이라는 삼국지의 구절만큼 딱 정리되는 말이 없을 것이라 생각됐다. 그리고 무엇 때문에 민주당이 패배한 것인지 고민하여 내린 나름의 결론을 삼국지의 말에 빗대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1. 합구필분


민주당은 탄핵 사태 이래로 문재인 대통령이 세운 기조와 강령하에 쇄신되었다. 그렇기에 싹쓸이에 가까운 지선의 승리를 거뒀다. 총선에서는 국민의 힘과는 차원이 다른 정치 신인들의 대두와 180석이란 민주화 세력으로서 전인미답의 지점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5년 차가 되어감에도 레임덕이란 말을 비웃으며 50% 선의 목전을 오가는 중이다. 그럼에도 이들은 대선에서 패배했다. 왜 이런 참사가 발생한 것인가? 이를 말하기 위해선 민주당이 대선 내내 시달린 세 가지 균열에 대해 말해야 한다.


첫 번째는 민주당의 경선 과정이었다. 이번 경선 과정은 과거 유력한 대선 후보가 있던 시절과는 달랐다. 매우 치열한 경선 과정에서 민주당은 크게 두 세력으로 분열된다. 이재명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민주당 세력, 이낙연을 지지하는 문재인 대통령 지지세력인 문파들로 말이다. 그리고 첨예한 대립 속에서 둘은 결코 합쳐질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가 되었다. 이는 경선 도중에 발생한 사건 때문이었다. 경선 도중 발생한 사퇴자들의 표를 무효표로 만드는 것이 아닌 경선 후보의 표에 합산시킨다는 갑작스러운 발표가 있었다. 이에 대해서 문파들은 격렬한 항의를 했다. 거기다가 3차 경선에서 이낙연이 이재명을 크게 앞지르면서 무효표 합산이 없었다면 결선 투표를 해야 할 상황이 벌어졌다. 이를 두고 민주당 지도부는 박수 추대라는 황당한 절차를 통해 이재명을 대선 후보로 올리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이는 이낙연 지지 세력에 엄청난 분노를 일으켰다. 그리고 법원에 결선 투표에 대한 소송까지 들어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과정에서 서로 감정이 상할대로 상해버린 두 지지자들은 상대방에 대해서 모멸적인 언사를 토해냈다. 속된 말로 삔또가 상해버렸단 이야기다. 아마도 충분한 설명과 토론 거쳤거나 결선 투표를 통했더라면 이야기가 많이 달라졌으리라.


두 번째는 후보였던 이재명의 특수성에서 기인한다. 이재명은 민주당 사상 가장 이질적인 후보라고 평한다. 이전의 도덕성 중심으로 무장하여 국민의 힘 세력과 차별화를 이루던 후보들과는 달랐다. 그는 성남시장 시절 있었던 대장동 문제에 휩싸여 고초를 치렀다. 그리고 얼마 가지 않아서 경기도지사 시절 배우자의 법인 유용이라는 사건에 휘말리기까지 했다. 요컨대 민주당이 항상 강점으로 내세운 도덕성이 겉보기론 나락으로 떨어졌다는 소리다. 이재명은 이 약점을 보완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기초자치단체장으로 취임하던 시기의 성과를 강조했다. 동시에 윤석열의 정치 경험이 일천한 것을 공격 지점으로 삼아 차별화를 이루려고 했다. 그런 과정에서 나온 것이 경제 대통령이라는 캐치프레이즈다. 그런데 이거는 이미 희대의 사기꾼이신 가카께서 써먹었던 말이었다. 결국 민주당 세력이 강점으로 가지던 도덕성은 시장바닥에 굴러다니는 쓰레기만도 못한 존재로 전락하고 만다.


마지막 세 번째는 민주당의 든든한 지지 세력인 호남이었다. 윤석열은 자신이 호남에서 검사로 재직하던 시절을 영리하게 살렸다. 호남 사람들의 불만 지점이었던 타지방과의 경험의 격차를 꼬집는다. 그걸 두루뭉술하게 표현한 것도 아니었다. 복합 쇼핑몰이라는 아주 피부에 와닿는 주제로 이야기했다. 실제로 호남에 살아보면 이런 것에 대한 갈망을 느끼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를 알던 코스트코나 이마트 트레이더스, 신세계 등이 몇 번이나 도전하긴 했었다. 그러나 호남지방의 맹주들이었던 시민사회의 항의를 넘어서지 못했다. 문제는 이것을 본 민주당의 반응이었다. 안민석 의원은 광주에 이런 복합 쇼핑몰이 이미 더 크게 있다는 소리를 말하며 민주당이 얼마나 호남에 무지한지를 입증하고 만다. 아무래도 유스퀘어를 이야기한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는 그런 곳이 아니다. 결국 민주당이 꺼내든 카드는 양동시장을 재개발하여 미래명품 재래시장으로 만들겠다는 궁색한 변명으로 결론짓는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전라도에서 최초로 10%가 넘어가는 득표율을 지닌 국민의 힘 대통령을 만들어줬다.


이전 19대 대선에서 보여준 당원들 간의 단단한 결합, 민주당 후보라면 당연히 지녔어야 할 도덕성, 최대 지지 세력인 호남의 압도적인 지지 등등에서 민주당은 분열했다. 그리고 도저히 지기 힘들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온갖 지표가 유리한 대선에서 고작 0.7% 차라는 간발의 차로 패배를 해버렸다. 합구필분, 합쳐진 것은 반드시 분열한다는 말에 더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2. 분구필합


이런 악재 속에서의 패배에도 민주당엔 희망이 있다고 생각된다. 0.7%라는 1%도 안 되는 차이는 곧 민주당과 기존 정부에 대한 심판여론이 어떤지 보여준다. 채울 수 있는 격차라고 말이다. 지지자들이 심각할 정도로 빠져나간 것은 아니기에 수습할 시간이 충분하다. 이는 5월로 예정된 지방 선거의 승리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다. 그렇다면 지금 민주당에게는 무엇이 필요할까?


먼저 0.7%를 채워줄 집토끼들을 끌어모아야 한다. 과거 한고제 유방은 초한 쟁패가 끝난 직후 공신들의 불만을 잠재우고자 자신을 배반한 전적이 있던 옹치를 공신에 책봉했던 역사가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민주당은 이탈해버린 문파 세력에 대한 포옹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다만 이들을 끌어안는 과정에 대해선 기존의 세력과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문파라고 불리우는 세력을 꽤 오랫동안 관찰해온 결과 이들은 문재인을 지지한다고는 하나 단순 정치인에 충성하는 부류는 아니었다. 이들은 민주적 절차와 공정, 원리원칙이라는 가치에 충성하는 부류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 또한 그가 가치들의 수호자라고 생각해서 지지하는 것에 가깝다. 그렇기에 그들이 생각하기로 민주당은 경선 과정에서 민주적 가치를 후퇴시킨 역적패당이라고 생각한다. 이들이 윤석열을 선택한 것도 민주적 가치의 2보를 위해 1보 후퇴한 것이라고 여겨서다.


그렇기에 민주당은 현재의 모습이 아닌 과거의 모습을 어느 정도 찾아야 할 필요가 있다. 개인적으로 민주당이 이번 대선에서 실망스러웠던 점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 그가 말하던 신념과 용기가 아닌 비극만을 강조했던 지점이었다. 민주당은 역사로 사람들을 겁박하는 것이 아닌 민주적 가치를 선점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력을 행사하던 정당이었다. 김대중 대통령이 말하신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감각, 그것이 바로 민주당이 전국정당의 면모를 보일 수 있는 잠재력이라 평한다. 잠재력이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그저 묻혀서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것을 다시 찾아낼 저력 또한 충분하다. 그러나 이를 현재의 모습과 제대로 조율해내지 못한다면 국민의 버림을 받고 말 것이다. 분구필합, 분열된 것은 반드시 합쳐진다는 이치는 민주당에도 당연히 적용될 수 있다. 다만 얼마 남지 않은 지방 선거를 생각한다면 이는 이치의 문제가 아니다. 생존의 문제가 되었다.


마치며 - 국민의 힘에 대해서


이제 대선이 끝나고 정국은 격랑으로 들어갈 것이다. 정보는 너무나도 많다. 그러나 그 정보들이 가공되는 과정은 각자만의 시선이리라. 그렇기에 현시점에서는 무엇도 섣불리 예측할 수 없다.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측하고자 한다면 최소한 지방 선거의 결과를 살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 상황에서 딱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있다. 윤석열과 국민의 힘 정부가 결코 국민들의 온전한 지지를 받은 것은 아닌 것 말이다. 상대가 잘못해서 당선된 득표율임을 이들은 기억해야 한다. 혹자는 받아먹는 것도 실력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게 사실이라면 이번 정부는 확실히 실력 하난 확실한 정부다. 이런 부분에서는. 그러나 윤석열의 부족한 경험과 국민의 힘이 져야 할 원죄에 대해서는 항상 경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버림받는다. 이것이 국민이 내린 윤석열에 대한 심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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