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잘 내는 사람은 외로운 사람이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은 인내심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화를 내지 않고는 표현할 수 없는
사연을 가진 사람이라고 믿는다. 걸핏하면 화를 내는 사람은 그 안에 거대한 슬픔을
품고 있는 사람이라고 믿는다. 자기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수록 화를 자주 낸다. 그런 의미에서 화를 잘 내는 사람은 외로운 사람이다.’
일기장을 펼쳐보다가 문구를 발견했다.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들어서 적어 놓은 모양이다.
예전의 나는 축하면 화를 내던 사람이었다.
가슴속에 응어리가 너무 많이 달려있어서 사람들이 조금만 나를 건드리면
쉽게 화를 내고 화가 잠잠해지지 않아서 화장실에 들어가 껑충껑충 뛰거나
울부짖는 날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지금은 잔잔하지만 불안한 사람이다.
화를 잘 내던 시절에는 거식과 폭식을 날마다 반복하고
살기 위해 먹는 것인지, 먹기 위해 사는 것인지 모르는 시간을
반복하며 자신을 남들에게서 단절시켰다.
‘그때에는 참 많이 외로웠구나, 지금보다 그때가 더 힘들었구나’ 싶다.
식이장애를 극복하고, 20번이 넘는 심리상담과 폐쇄병동의 입원으로
내 안의 많은 아픔을 깎아내고, 눈물로 흘려보냈다.
하지만 왜 현재의 나의 아픔이 예전의 아픔보다 작아진 것도 맞고
식이 장애를 극복하고 분노가 작아진 것도 맞는데,
‘그때보다 아픔이 작아져서 다행이다’
‘이제는 덜 아파서 다행이다’
이런 긍정적인 생각을 하지 못하는 걸까?
나는 이제 긍정적인 사람들을 보며 부러워만 해야 하는 걸까?
하루하루가 불안의 줄타기를 하며 한숨으로 중심을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