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연 >
살다 보면 어느 때
무작스럽게 불안하고 막막한 시간과
마주할 때가 있다
까닭 없이 슬프고 두렵기도 하고
마음이 깊이 허물어져 갈 때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는 어둠
가맣게 드리우는 그림자
녹아내리는 가슴
그렇게 한참을
어둠 속을 침잠하는데
혼돈의 끝에 다다랐을까
어떤 알 수 없는 힘이
밑에서부터 뭉게뭉게 일어나서
허물어지는 마음을 바쳐 주고
막막한 두려움을 밀어내는 걸 느낀다
어둠을 밀쳐내는
새로운 기운이
내 속에서 솟아오르고
조용히 은은한 소생의 기운을 맛본다
내 속에 존재하는 영혼의 힘
- [그래도 인생은] 中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