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락

by 엄서영


드디어 토익에서 해방되리라는 희망을

안고 시험장으로 향하면서, 오늘은

천둥소리 같은 오디오에 끌려다니지 않고

차분하게 듣고 답을 체크해야겠다고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시험이 시작되고 오디오에서 LC 가 나오자

잘 들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정말

들린다고 생각했는데,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답을 찾기가 어려웠다.

RC를 푸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다.

알 듯 말 듯한 시험이 끝나고도 나는,

그래도 지난번에 680이었으니 700은

무난하게 넘어갈 거야 라며 태평한 마음

이었다.


그런데 2주 후, 나는 정말 깜짝 놀랐다.

휴대폰에 떠 있는 점수는 어이없게도

515점이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너무 혼란스럽고 마음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토익에 대한 굳건했던 내 마음도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흩어졌다. 더 이상

토익공부를 할 용기가 생기지 않았다.

누구한테라도 따져보고 싶은 욕구가

북받쳐 오르기도 했다. 왜 이런 거냐고.


그 와중에 가을학기를 대비해 전공과

관련된 영어단어를 공부해야 했다.

그리고 가을학기 입시가 시작되었고

나는 혹시나 나이가 많은 것이 입학에

방해가 되었을까 싶어서 이번에는

특차로 지원을 했다. 하지만 결과는

같았다. 불합격. 이유를 모른 채

야속한 생각만 들었다.


나는 갑자기 토익에서도 부산대에서도

버림받은, 끈 떨어진 신세가 된 처량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무심히 흘러가는

시간들이 너무 아까웠기에, 다시 책상

앞에 앉았다. 아마도 토익의 상대평가

의 속성 때문에 점수가 680도 나왔다가

515도 나왔다가 들쑥날쑥한 거라고

이해하기 시작했다.


부산대에서는 아무래도 공주대의 석사

레벨을 낮추어 보는 것 같았다. 그렇다면

내가 백날 원서를 넣는다고 해도

소용없는 일인 거다. 그렇게 생각하니

슬그머니 자존심도 상하고 오기가 나서

봄학기에 다시 석사과정으로 원서를

넣기로 작정을 하고 토익공부에 또다시

매달렸다.

어차피 부산대에서 논문을 쓰려고 해도

영어점수가 필요했기에 하던 토익을

마무리하려는 생각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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