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

by 엄서영


봄학기가 시작될 때까지 토익시험을

두 번 보았는데 각각 615점, 645점이

나왔다. 그리고 봄학기 대학원 입시에

석사과정으로 원서를 넣었는데

합격문자를 받았다.


두 번이나 떨어졌다가 합격을 하고 나니

비록 석사를 다시 하는 것이긴 한데도

뛸 듯이 기뻤다. 공주대를 다닐 때는

멀어서 하고 싶은 활동에 참여도

못했었는데, 이제 집에서 가까운 학교를

다니게 됐으니 하고 싶은 것을 맘껏

해 볼 수 있겠다는 꿈에 부풀었다.

학교를 다니는 틈틈이 토익공부도

계속하리라고 생각했다. 아무튼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학교에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러나 막상 개강이 되어 보니,

철학과 본과 졸업이 아닌 타과 학생은

학사과정의 과목을 몇 가지 의무적으로

이수를 하게 되어 있는데 나에게는

4과목이나 배당이 되었다. 처음에는

의욕이 넘쳐, 오히려 공부를 많이 하게

되어 잘 되었다고 즐겁게 생각했다.

그런데 그건 나의 착각이고 무지함

이었다.


부산대에서의 공부는 전쟁과 같았다.

한 과목 당 주어지는 과제와 발표가

무시무시했다. 처음 겪어보는 혹독한

과제에 체력이 먼저 따라주지 않았다.

과제를 하면서 몸이 너무 힘들다는 신호를

자주 보내왔다. 67세의 나이가 주는

한계가 느껴지는 것 같아 서글픈 마음이

나를 외롭게 했다.


정신없이 1학기를 보내면서 재충전할

시간이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야 할 게 너무 많았다.

아직 토익점수도 700을 넘겨야 하고

동양철학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고전번역원에도 새롭게 입학해야 했다.


게다가 마침 캐나다에 사는 딸이

둘째 아기를 낳으러 온다고 하니

집안 일도 몇 배로 늘어날 것이고

큰 손자 타드가 놀아 달라고 매달릴 게

뻔하므로 도저히 공부에 집중할 여건이

못되었다.


이래 저래 힘든 여건들을 정리해

나가기 위해, 2025년 1학기가 끝나고

휴학을 신청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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