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엔진권EngineKwon Mar 28. 2022

한국 대통령 선거철

차이나는 삶-제로 코로나 일상

푸다오 선생님과 작별을 고하고 3월 새 학기부터 주재원 선배 엄마들의 권유로 연태에 있는 루동대(鲁东大学)에서 1학년 2학기 중국어학 과정을 시작했다.

일주일에 세 번씩 자잘한 일상을 나눠 온 푸다오 선생님과 정이 들었는지 작별하면서 아쉬웠지만 첫날 루동대 교수님의 수업을 듣고 오랜만에 듣는 깨끗한 표준어 발음에 매우 인상 깊었다. 하지만 표준화 발음에 익숙하다고 능사가 아니라는 조언 또한 수차례 듣게 되는데 대륙 스케일만큼 지역 간 억양 차이가 커서 중국인끼리조차도 서로의 말을 알아듣는데 어려움이 크다고 한다.


루동대 정규 어학코스

루동대 정규 어학코스 반은 학기제로 운영되고 오전 8시부터 12시까지 하루에 4시간씩 현재 온라인으로 진행된다. 코로나 이전에 학교 어학과정을 이수한 선임 주재원 엄마들의 경우 8시에 시작하는 1교시에 맞춰 등교하기 위해 아이들 등교시간보다 일찍 나서 택시로 30분 이상을 이동하는 열성을 필요로 했다고 한다.

계획치 않았던 어학연수과정을 선뜻 등록하게 된 것은 오프라인 수업보다 낮은 심리장벽이었다. 온라인 수업이 진행되면서 캠퍼스를 누비며 학식을 먹고, 중국 학생들의 대학생활을 엿볼 수는 없지만 물리적 이동이 필요치 않은 만큼 수고를 줄여 가정과 학교생활이 양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마흔 넘은 나이에 중국어 어학과정 수료증이 무슨 필요가 있겠냐만은 초기에 언어로 인해 불편했던 일들이 참 많았다. 격리 해제 2개월(겨우 2개월인데 마음은 왜 이렇게 오래된듯한지…)이 지난 이제는 훈련이 되고 익숙해져서 시간을 들여 처리할 것들과, 쉽게 처리할 일들은 구별해 해결해가며 살고 있다. 하지만 초기에는 한자가 뜻 모를 형태의 그림으로 보이고 언어장벽뿐 아니라 낯선 환경에서 사소한 일 하나 - 택시를 부르고, 장을 보고, 음식점을 찾아가고, 원하는 음식을 주문하는 것들- 해결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다. 그럼에도 해결할 수 없는 일들로 발도 동동거리고 절절맸던 경험이 있었던 만큼 무엇보다 우선으로 중국어를 익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루 4시간 수업을 들으면 일상이 메이고 포기할 것들이 있지만, 학교에 적을 두고 20대 에 캠퍼스를 누렸던 경험-지금 캠퍼스는 못 누린다-을 40대에 재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은 있었다. 부모님으로부터 지원을 받거나 모아놓은 돈으로 학비, 기숙사비, 생활비를 지불했던 과거에 비해 일상을 유지하면서 학비만 지불하는 것이 좋은 기회라 생각하기로 했다.​


마음의 준비를 해온 만큼 4시간의 수업이 의외로 받을 만하다고 생각하다 1주일 뒤에 몸살이 난 걸 보니 스트레스도 받고 힘도 들긴 하나보다.

한국은 요즘

한국에는 2022년 3월 9일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국외부재자 접수를 하고 투표권을 행사하려고 했지만 주한 영사관이 위치한 청도에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하는 통에 청도행을, 투표권을 내려놓았다.​


한때는 해외 확진자 전파 사례와 비교해 K방역으로 자부심에 찼던 시기도 있었는데 대통령 선거 전후로 오랜만에 접한 한국 기사에서 한국의 코로나 확진자가 ‘30만이다. 감기 정도다’란 기사를 접하고 깜짝 놀랐다. 한국 소식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VPN을 사용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는데 연일 세계 최고 확진자 수는 연태 생활에 적응하느라 멀리하던 한국 소식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전체 인구가 5천만 인 나라에서 하루 확진자가 60만이란 소식, 사망자도 300-400명 정도 속출되는 기사를 접하면 증상은 사람마다 다르다고 하지만 감기 정도로 가볍게 치부하던 반응이 미심쩍다.



이곳은 요즘

연태가 속한 산동성의 큰 도시 청도부터 최근 확진자가 발생하며 1-2주 사이 분위기는 조금씩 변했다. 아파트 단지별 코로나 검사가 대대적으로 이루어지고 학교도 온라인으로 수업을 전환하고 음식점은 영업을 중지했다.​


한국 사회에서 오미크론의 강력한 전파력을 가족 친지를 통해 들으면서 중국에서는 이 많은 인구를 통제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란 의문이 들기도 하지만 짧은 예고 끝에 보여주는 지방정부의 실행력, 통제력, 기술력을 보면 실히 감탄스럽기도 하다.



한때 청정했던

2019년 말 코로나 시대의 도래와 함께 한국에서는 2년간 비대면의 삶이 권장되며 ‘메타버스(Metaverse)’문화에 익숙해져가고 있었다. 결국에는 늘어나는 확진자만큼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는 분위기를 마지막으로 연태에 왔다.

중국에 입국하는 과정은 매우 까다로웠고 개인정보가 털리는 기분이 들기도 했지만 그런 만큼 코로나로부터 청정했다. 국민들은 한국에서는 제한적이거나 불가한 정부의 지침에 매우 협조적이다.

연태에서는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뛰어놀며 학교 생활을 하고 십 인 이상의 단체 모임이 가능한 일상이 유지되었다. 초기에는 한국에서 유지해온 개인 방역에 대한 긴장도를 유지하고 다녔는데 그렇지 않은 이곳 분위기에 개인 방역을 하나 둘 풀고 최근까지 지내왔다.

아이들은 전반적으로 이곳 생활에 만족하는데 친구들과 쉬는 시간에 대화조차 제재받던 한국 초등학교 생활과는 다르게 친구들과 신나게 어울릴 수 있게 된 것이 큰 이유일 거라 생각된다.

무탈히 중국 비자 발급, 거류증 발급을 받는 것이 감사한 만큼 예전에 가능했던 중국 내 여행, 주말 한국 여행, 심지어 유럽 여행 등에 대한 기대감은 애초에 내려놓고 왔다.​


바라건대 명절조차 가족•친지와의 모임이 최대 4인 또는 6인으로 제한되었던 한국에서의 2년이 이곳에서 재현되지 않길 바란다. 장소만 바꿨지 타임머신을 타고 2년 전으로 되돌아온 것이 아니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강력한 통제’ 또는 ‘위드 코로나’의 길이지 않을까 생각해 보지만 어느 하나 쉽지 않아 보이니…


작가의 이전글 선생님 짜이찌엔(再见!)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