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는 삶-제로 코로나 일상
우크라이나 러시아는 전쟁 중이다. 미사일이 폭격되고 건물은 무너져 민간인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피난을 떠난다. 그들에게 자행되는 참상도 끔찍하다. 제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에서 보던 일이, 부모 세대의 잔여물로 기억되던 전쟁이 21세기에 자행되고 있다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제로 코로나/Zero-Covid
'제로 코로나' 정책을 취하고 있는 중국의 도시 상하이는 최근 우한보다 많은 코로나 확진자 발생에 봉쇄되었다. 현지 생활 4개월 차로 그간 전염병 박멸을 목표로 한 정부의 노력을 몸소 체험해왔다. 외국인으로 당황스럽고 낯선 환경을 맞닥뜨리며 이 사회의 노력에 협조하고 문화에 익숙해져 가는 중이다.
무모하리만치 애쓰는 인간의 노력 앞에 속수무책인 코로나라는 재난
공익을 위해 노력하는 지방정부의 노력 이면에는 부작용도 있어 보인다. 상해 봉쇄와 같은 일이 대륙에서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
외신 외에는 접할 수 없는 기사인 만큼 눈 감고 귀 닫으면 평화로운 일상을 이어나갈 수 있지만 간간이 듣게 되는 전쟁, 난민, 인권, 원자재값 상승, 물가 상승, 상해 봉쇄 소식 등 마음을 무겁게 하는 세계 각지에서 전하는 소식이 많았다.
불안의 원인은 '불확실'
작년 남편의 부임 후 불확실한 가족의 초청 시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잃어버린 1년’ 같았다. 뒤늦게 깨닫게 되었지만 그렇지 않기 위해서 미래 대신 현재를 사는 훈련을 받았단 생각이다.
‘제로 코로나’의 중국의 삶을 살다 보니 ‘위드 코로나’의 한국의 삶은 어떨지 궁금해지기도 한다. 마음이 갈대처럼 마구 흔들리는 날이 있었다.
돌아가고 싶다
“우리 한국 갈까?' 돌아가면 예전과 같은 삶을 살 수 있어”
“이곳에서 이제 적응 다했는데 돌아가기 싫어”
“이곳이 좋아?”
“응”
“뭐가 좋은데?”
취침 전 아이들에게 물어보니 사사로운 이유를 늘어놓는다. 아이들에게 이 같은 질문을 했던 진심이 뭐였는지 나조차 알지 못한다. ‘너희들 원치 않는다면 됐어’ 아이들의 대답 덕분에 복잡하던 생각이 정리됨과 동시에 위로받고 잠에 들었다.
3월 14일부터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던 수업은 식목일 연휴를 보내고 4월 6일부터 등교 수업이 재개되었다. 기약 없는 온라인 수업으로 사태 전환은 미지수였던 만큼 한 학기를 온라인으로 보낼 수도 있단 불안감 조금씩 커져가고 있었는데 3주 반 만에 아이들은 정상적으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시끄러운 세계정세를 생각할 때 그에 비하면 깃털같이 가벼운 이 상황이 불평할 것은 아니지만도 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중국의 정책을 따르느라 그간 마음의 무거움과 갈등이 있었다. 일상을 회복해 감사한 요즘이다.
조연의 삶
루동대 중국어 수업 시간에 교수님 말씀에 '우리(엄마 학생)의 인생은 중국에 왔다고 달라지지 않지만 아이들 인생은 달라질 수 있죠.' 그 말에 잊고 있던 것이 생각났다. ‘맞아 그랬어. 부임 전부터 들어왔던 얘기였음에도 잊고 있었어.' 아이들에게 좋은 경험이지 엄마에게 좋은 경험이 될 거라는 말은 듣지도 하지도 않았다.
의학과 과학의 발달로 기대수명이 140세도 가능하단 말까지 나오는 요즘 시대에 살아갈 날이 살아온 날 보다 많은 40대이지만 언젠가부터 내 인생의 ‘주연’ 대신 ‘조연’이 되지 않았는지, '주연'의 욕심을 내려놓지 못한 것은 과욕일까? 란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 와중 위로가 된 몇 가지 것이 있는데
1. 시간의 여유를 없애준 루동대 어학코스
2. 단지 내 쇼핑
3. ‘스물다섯 스물하나’의 남주혁
남주혁 앓이 좀 했다.
이런 재미쯤은 있어야지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