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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학준 Nov 27. 2022

오늘 뭐 봤어?

22.11.27. 시작은 독서목록부터

책을 한 권 온전히 읽는 데에는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 메모라도 해두지 않으면 기억조차 하지 못한다. "인생이 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기억도 못하는 게 괴롭다"는 친구의 말에 오늘부터라도 일단 거들떠 본 모든 것들에 대해 간단한 마음가짐이라도 기록해 둔다.


#1

이나다 도요시, <영화를 빨리 감기로 보는 사람들>(2022) : 영상 콘텐츠 감상에 있어서 시간 축을 무너뜨리는 소비 행위가 보편화된 이유가 무엇인지 그 사회적 원인을 탐구하는 책. 문체는 가볍지만 내용은 가볍지 않다. 단 결론 지점에 가서 제작자들에게 적응을 요구하는 부분은 분석에 비해 뭉툭한데, 원인을 파악했다면 해결을 고민해봐도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거기까지 가지 않는다. 주어진 현실을 '자연화'하는데, 정말로 돌이키기 어려운 변화인지는 미지수다. 나라면 시간 없고, 돈 없어서 시간 효율에 미쳐가는 사람들이 조금 여유를 가질 수 있게 세상에 변화를 요청해야 하지 않나 싶은데, 그렇게까지 안 가는 걸 보면 일본 책 특유의 아쉬움이 있고. 일단 글을 써서 보내긴 했는데, 마뜩찮다. 3년 넘게 같은 양식의 글을 쓰니까 글도 나도 맛이 가고 있다.



#2

이경혁, <현질의 탄생>(2022) : 아직 초반부밖에 보진 못했는데, 동전 투입이라는 결제 방식이 오락실의 주류 게임 서사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들, 그리고 게임의 장르가 오락실의 회전율에 영향을 미쳤던 부분들을 분석하는 데에 꽤 흥미로움을 느꼈다. 코인의 가치는 실력과 무관하지 않기에, 회전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고인물 유저들을 좌절시켜야 하는 부분이 있어야 했고, 그러니 무난하게 엔딩을 보는 게임은 살아남을 수 없었다라거나, 대전 게임은 적어도 한 명은 계속 패배를 하고 동전을 넣게 되니 오락실 회전율에 긍정적이었고, 이를 알아챈 오락실 사장은 대전 게임 기기를 계속 오락실에 들여놓게 되었다라거나 하는 부분들은 읽으면서 즐겁고, 뒷 부분의 내용을 궁금하게 만든다. 더 읽어 봐야지.



#3

제니퍼 M.실버, <커밍 업 쇼트>(2020) : 원래 이 책으로 더 먼저 글을 썼는데, 정작 안 보내고 다른 글을 써서 보냈다. 둘 다 마음에 안 드는 건 마찬가진데, 이 책으로 방송쟁이가 할 수 있는 말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기도 해서 망설이다보니 한 달이 훨씬 넘게 지났다. 고쳐서 다음 책으로 보낼까 하다가, 책모임용 쪽글로 내고 브런치에만 간단히 다듬어서 올리고 잊어야 할 것 같다. 책은 읽어볼만한데, 글로 풀어내는 재주가 점차 퇴화하는 느낌이다. 불안정한 시대의 청년들이 '어른'을 증명할 지표를 획득할 방법을 상실한 이후, 유일하게 실체적이고 다스리는 것이 가능한 자신의 감정을 성공적으로 통제함으로써 '어른'이 되고자 하며, 그것이 어떻게 체계적으로 실패하고 동시에 신자유주의 주체의 구성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지 보여준다는 부분을 내가 알기 쉽게 설명을 못하고 있다. 글에 대한 자신감이 사라져서 더 심해진 것 같기도 하고.



#4

히라노 게이치로, <나란 무엇인가>(2015) : 신형철의 <인생의 역사>를 거들떠 보다가 언급된 책이라서 한 두 페이지 펴 놓은 후에 아직 진전이 없는데, 조만간 또 다른 책모임에서 읽기로 해서 일단은 빨리 볼 예정. '분인' 개념이 얼마나 잘 설명되어 있는지 기대가 된다. 나눠지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개인(individual)이 아닌 분인(dividual)이라는 개념을 택하는데, 그것이 페르소나나 정체성과 얼마만큼 유의미하게 구분되는 개념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신형철이 언급하는 내용 대로라면 좀 더 이보다는 타인과의 '연결'이 강조된 개념 같은데(어떤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그 사람과 나 사이에 있는 내가 죽는다는 식의 이야기라든지), 일단 빨리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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