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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구 May 23. 2024

윤성호와 신윤승의 눈물에 공감하며

좌절을 딛고 다시 정상에 선 사람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유퀴즈에 나온 윤성호(뉴진스님)는 지난날을 회상하자 감정이 복받쳐 올랐다.     

방송 프로그램은 폐지되고 섭외도 끊기면서 대중들에게 조금씩 잊히는 것이 두려웠다 말한다. 그렇다고 달리 방법도 없고......

좌절과 절망의 시간이 길어 날이 밝아 오는 것이 두려웠다. 컴퓨터가 올려진 책상 아래 쭈그리고 들어가 있는 것이 가장 편안한 장소였단다.     


세바시에서 강연한 신윤승 (개그맨) 역시 오랜 무명의 시간을 보내며 힘겨운 시간을 묵묵히 견뎌내야만 했단다. 한때의 동료들은 이미 든든하게 자기 자리를 확고히 만들었는데 그는 여전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돌잔치와 칠순행사 사회를 마다할 수 없었다. 10년 차가 지났지만 여전히 신인으로 남들이 기억하지 못하는......


그들은 이제 희망이 보이지 않았던 짙은 어둠을 지나 숨통이 트이는 여명을 맞이했다. 

대중이 찾지 않을 때 윤성호(빡구)는 중국어를 연마하고 먹고 살 방안으로 DJing에 전념했다.

신윤승은 작은 돌잔치 무대에서나마 최선을 다해 상대방에게 즐거움을 주려고 애썼다고 했다. 


전에 영화제에서 발언한 유해진의 수상소감도 귓가를 맴돈다.

"오늘의 영광은 일이 없고 좌절했을 때 그를 담담히 맞아준 북한산의 힘이었노라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사람들 역시 좌절과 절망 앞에서 한 걸음도 내딜 수 없는 순간을 경험했다는 

동질감이 묘한 연민을 일으킨다. 나와 동일한 성정을 지닌 사람들이라서.

어떻게 이 깊은 절망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을까? 그런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지난 1년간 나는 르완다에서  능력 이상의 에너지를 학교와 학생들에게 쏟아냈다. 힘은 들었지만 가치와 보람감이 샘솟았던 시간. 그러고 나서 돌아온 2024년 서울의 삶은 녹록지 않은 난관의 연속이다. 


영상제작 일이 많이 줄었다. 

지상파방송국조차 제작비가 충분치 않아서 프로그램을 못 만드니 교양제작물의 외주 제작이 현격히 줄었다. 

전파진흥원과 콘텐츠진흥원의 제작비지원 프로젝트가 있지만 이를 준비하고 따내는 일은 웬만한 노력과

공이 들어가지 않으면 점점 불가능한 추세다. 시민사회단체에게 지원해 주었던 미디어교육에 대한 예산도

사라졌다. 

OTT를 통해 뿌려지는 우리의 영상은 제작과 동시에 세계 순위에 오르지만, 제반 비용의 상승으로 제작편수가 줄고 있으니 이에 결부된 인력들이 어려움에 처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동시에 B급 감성의 유행은 허접하지만 아이디어만 반짝이는 콘텐츠들을 양산하는데 일조했다. 영상제작의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는 것은 누구나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자유를 얻었지만 양질의 내용물을 기대하기는 어려워진 셈이다. 


누구나 유투버가 되고 영상제작자가 되는 환경에서 정작 삼십여 년을 피디로 살아온 나는 길을 헤매는 중이다. 코로나 때에는 간간히 유튜브로 날리는 생방송중계 건도 있었는데 이제는 조용하다. 제작 물량도 없지만 제작 단가도 낮으니 출혈경쟁도 심하다. 


디렉팅만 하다가 카메라도 들게 되었고 구성도 하다 보니 이제는 글도 쓰고 펀드레이징인 프로듀싱도 해야 한다 최종 편집 마무리는 숙명이다. 

한때는 방송위원회의 제작비용을 받아서 유럽과 미주 아시아를 누비기도 했었는데, 이제는 아 옛날이여가 되어 버렸다. 남과 북의 눈치를 보면서 좋은 다큐를 만들어보겠다고 몇 년간의 공을 들였던 적도 있었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어디로 새든 지 의미만으로도 보람찬 시기가 있었다. 


푸념을 내뱉는 것은 아니다. 

내가 좋아서 걸어온 길 당당히 걸어 나가길 바라는 것뿐이다. 

끝끝내 남들이 알아주는 날이 오지 않더라도 한번 더 쓰임 받는 시기가 찾아온다면

그간의 모든 영과 혼을 갈아서 녹여둔 내공을 쏟아 보리라고......


그래서 나는 지금 아주 사소한 영상에    

모든 심혈을 기울여 편집하는 중이다. 


견디세요 그러면 좋은 날이 온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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