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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구 Sep 13. 2024

횡단보도의 높은 블록이 완만해지기까지

장애인활동 지원사 교육을 받으며

장애인활동지원사 교육에 참여해서 들은 몇 가지의 내용들에 신선한 자극을 받았다.  


횡단보도의 직각 경계석이 사라지고 완만한 경사로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불과  십여 년 전의 일이다.  비장애인의 입장에서는 아무런 불편이 없던 일상의 환경이 누군가에겐 넘을 수 없는 벽이었던 것이다. 장애인도 일상을 누릴 권리가 있기에 문턱을 낮춰 달라는 요구를 시작했고 사회는 이런 의견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횡단보도의 턱은 사라졌고 바닥에는 점자 안내판이 설치되었으며 휠체어는 큰 어려움 없이 길을 건널 수 있었다. 이러한 작은 변화는 장애인뿐 아니라 유모차를 끄는 부모에게 편리함을 선사했고 노년으로 접어드는 어르신들의 보행에도 편리함을 주었다.  


집안에만 갇혀 지내던 장애인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게 접근성을 높여달라고 요청했다. 

계단으로만 이뤄진 지하철 진입이 어려우니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를 놓아 교통약자에 대한 배려를 요구한 것이다. 물론,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성숙도가 낮고 예산도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이것들이 바로바로 수용될 수 없었지만 조금씩 개선되기 시작했다. 

지하철에는 엘리베이터가 설치되기 시작했고 에스컬레이터가 놓였다. 그 사이 임시방편으로 장애인리프트라는 시설물도 설치 운영되었지만 이 기계를 이용하다 떨어져서 사망하는 불행한 사건들이 발생했다. 이젠 잘 사용하지 않는 리프트가 작동할 때면  ‘엘리제를 위하여’라는 익숙한 곡이 연주된다.  띠리리리리리리리…..  

단순한 기계음에는 가사가 달려있지 않지만  장치를 이용하는 장애인의 입장에서는 이런 느낌이라고 한다.

“ 집에나 있지 밖은 왜 나와 장애인이 ……” 

무엇보다 장애를 바라보는 사회의 낮은 인식과 편견이 힘들다고 했다.  


이제는  몸이 무거운 임산부나 보행이 힘겨운 어르신들도 애용하시는 엘리베이터와 에스컬레이터의 도입까지는 먼저 앞서 사력을 다해서 투쟁했던 장애인들의 노고를 잊지 말아야 한다.  


일본의 지하철역에서 승무원이 휠체어를 탄 장애인 승객을 돕는 영상을 보며 놀랐다.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조작 버튼을 누르니 에스컬레이터의 발판 3개가 하나의 바닥으로 넓어져 휠체어 전체를 일정하게 지지해 주었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신경 쓰는 함께 살아가려는 노력의  실천에 감탄하게 되었다. 우리 사회도 저런 아이디어와 따뜻한 시선을 따라야 할 텐데 말이다. 


저상버스의 연결판                                                          발판 3개가 하나로 수평을 만드는 에스컬레이터     


저상버스가 많이 보급되면서 장애인의 이동권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있지만 막상 휠체어승객이

탑승을 하려면 운전자조차 장애인용 발판을 어떻게 사용해서 조작해야 하는지 당황하기 일쑤라 했다. 더 난감한 것은 시간에 허덕이며 빨리빨리 굴러가야 살아지는 사회에서 주변의 시선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비장애인들도 있지만 전반적인 시선이 냉랭하다고 했다.  

사실 친절한 마음은 있지만 장애인을 어떻게 자연스럽게 대하고 다가서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흰 지팡이를 더듬으며 길을 걷고 있는 시각장애인을 만나게 되면 한 번쯤 망설이게 된다. 

그때는 혹시 도움이 필요하세요? 물어봐 달란다.

근방을 이미 잘 아는 시각장애인은 도움이 필요 없다고 말할 것이고 초행길이라면 반겨할 것이 분명하다. 이때엔 팔짱을 끼고 신체를 불필요하게 많이 접촉할 것이 아니라 안내자가 반발 앞서 걸으며 자신의 팔 뒤꿈치를 잡으라고 내어주면 된단다.   


수업을 들으니 비장애인으로 살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장애인의 어려운 현실이 쑥 다가왔다. 

장애는 선천적인 것보다 후천적으로 발생하는 비율이 높고 나이가 들면서 사고와 질병으로

장애를 갖는 경우가 높아지면서도 타인의 불편을 인지하지 못하고 산 셈이다.  


빠름에 익숙한 사회가 느림의 미학을 깨닫고

건강한 사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허약한 사람도 있고

다양한 인격체가 존중받는 것이 마땅하다는 생각에 이를 때

비로소 안정감을 느끼는 성숙한 사회로 진입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잠긴다. 


예전만 못한 시력과 몸의 날램 속에서 육체가 약해지고 있음을 느끼듯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는 배려 속에서 온전이 배어 나올 수 있음을 알게 된다. 

사회는 정신없이 빠르게 변하고 있고

인구는 급속하게 고령화의 길로 접어들었으며

살아갈 자는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표지: 출처 Freepik 작가 upkly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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