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이 편성되기까지
성우 녹음을 마쳤고 음악작업 단계로 넘어갔으니 이젠 숨을 돌린다.
출장 이후 구성하며 편집하느라 시차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할 여력도 없었다.
이 그림이 여기에 붙는 게 맞나 고민하면서 잠자리에 들면 아침에 정신이 번쩍 들어 재조정하느라 애썼다. 자는 사이에 뇌가 스스로 차분히 정리 정돈해서 질서를 잡아주는 느낌이었다. 편집이 마무리되어 자막을 입히고 마무리 글을 쓰면서 마칠 때까지 컨디션을 잘 유지하며 집중력을 잃지 말아야 한다고 되뇌었다.
영상작업은 전문가들의 분업으로 완성도를 높여야 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 앞에서 개인이 제너럴리스트가 되어가는 것을 수용해야만 하는 외로움 앞에 섰다. 끝이 보여서 큰 안도의 쉼을 내쉰다.
그래도 마무리를 지을 수 있어서 선교지를 동행한 분의 초대에 응할 수 있었다.
초록의 잔디 위에 고풍스러운 세련미를 띄는 주택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실제로 와보게 되어 좋았다. 손수 삶으신 문어와 홍어 삼합만으로도 군침 돋았는데 전어와 고등어구이 간장전복에 바로 만드신 광어, 연어 초밥. 거기에 백합탕까지......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숯불에 구워내신 치킨과 소고기 등심 안심 치맛살 등등 부위별로 바로 구워 조달하시는 정성과 맛에 피로가 싹 가시고 배는 불러도 끝끝내 식탁을 지켰다.
와사비(고추냉이)도 일본에서 가져온 뿌리를 바로 갈아 내서 찍어 먹는데, 애당초 이런 맛이었구나를 연발했다.
“밖에서 스트레스를 가득 받고 돌아와도 집에만 오면 평안하고 나가고 싶지 않다”는 집주인의 고백에 깊은 공감이 갔다. 눈이 오면 오는 데로 비가 오면 오는 데로 좋다고 말하는 주택에서 지난 주말 나는 잠시 힐링의 시간을 가졌다.
어제는 종편과 믹싱을 마친 마스터 데이터를 편성팀으로 보냈다. 40분 분량의 다큐는 11월 중순에 기독교방송을 통해 송출될 예정이다.
70을 넘기며 아프리카 오지의 현장에서 철수해 고국으로 터를 옮기시는 선교사님 부부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싶었다. 국내에서 30여 년 가까운 목회와 아프리카 오지에서의 13 년 선교는 쉽게 간과해서는 안 될 가치가 녹아있는 역사이기 때문이다.
경험과 경륜을 기록해서 남기지 않으면 우리는 늘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시행착오와 어려움이 있었다면 그것 그대로를, 지혜로운 과정이었다면 이를 토대로 더 발전시키는 성찰로 이어질 수 있기를......
빛도 없이 이름도 없이 소명을 따라 묵묵히 사명을 감당하는 사람들은 드러내기를 꺼려서 미디어를 멀리하려는 경향이 있는 터라, 제작하는 과정보다 설득하는 과정이 길었다. 요란한 빈 수레보다 묵직한 지게에 더 큰 울림이 있는 시대.
에필로그에 사용한 문장으로 다큐멘터리 내용의 전체를 정리해 본다.
삼부루에서의 사역은 복음의 위대한 능력으로 충만한 시간이었다.
그가 우리를 광야로 이끄셨고 동역자를 붙여 주셨으며 복음의 열매를 맺게 하셨다.
선교는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반응이고 복음에 대한 각성이다.
어디에 거하든 소명자의 사명에 마침표란 없다.
삶을 다하는 날까지 부르신 길을 걷는다.
p.s : 사파리 롯지 안에는 얼룩말과 기린 하마의 초식 동물들이 살며 식탁 주변을 어슬렁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