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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구 Jun 20. 2020

우간다에서 나일강의 수원(水源)을 만나다

아프리카의 진주 우간다

나일강을 떠올리면 이집트와 파라오가 연상됐다.

나일강 하구의 삼각지에서 4대 문명 중의 하나가 태동했다는 사실은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어왔다. 애굽에서 종살이하던 이스라엘이 아기 모세를 갈대 상자에 태워 보낸 곳 역시 나일강이었다. 이렇듯 전설과 신비로 뒤덮인 나일강을 실제로 본다는 것은 흥분된 설렘이었다. 

     

우리는 그런 나일강을 보기 위해 우간다의 진자(Jinja)로 향했다. 

나일강의 물줄기가 시작되는 곳이 캄팔라 동부에 위치한 진자(Jinja)라는 게 좀처럼 믿기지 않았다. 아프리카와는 다른 인종이면서 아프리카 대륙의 북부에 위치한 이집트도 기이하지만, 나일강의 원류가 우간다에서 출발해서 이집트에 이른다는 사실은 더욱 놀라웠다. 

Source of the river Nile (나일강의 수원)인 진자를 향해 캄팔라에서 80여 키로를 달렸다. 강줄기를 따라 올라가니 마침내 유원지처럼 단장한 나일강의 수원에 도착했다. 한탄강의 급류처럼 갑자기 물살이 빨라지며 짧게 폭포를 이루는 구간이 나타났다. 래프팅을 즐기는 유럽 관광객의 모습이 보였다. 현지인들은 호기롭게 노란 식수통 하나에 몸을 의지해서 급류를 즐기는 젊은이들도 있었다. 조금 더 상류로 올라가는데, 이 구간부터는 작은 배를 타고 이동해야 한다. 관광객을 태운 배들이 강 위를 돌며 이런저런 설명을 듣는다.  


빅토리아 호수에서 출발한  나일강 수원

   

나의 개념에서의 수원(水源)이란 산에서 졸졸 흐르는 물줄기이거나, 실개천일 거라 생각했는데, 엄청난 양의 물이 강바닥에서 솟구쳤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물이 강바닥에서 나와 이집트까지 흐른단 말인가?’ 

궁금하고 의아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2004년 그 강의 수원 위에서 품었던 궁금증은 오랜 기간 의문으로 이어졌고 훗날 그 비밀을 하나씩 풀 수 있었다.  수년이 지나 구글 맵스가 선을 보였고, 나는 이를 통해서 지형 전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강바닥에서 솟구쳐 올라오던 물은 빅토리아 호수에서 흘러나오는 것이었다. 강바닥의 지형이 움푹 파여서 외형상으로는 지하에서 물이 솟아오르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난데없는 지질학과 지구과학적 궁금증으로 이곳저곳에서 관련 정보를 찾아보았고, 그때 찍어두었던 사진도 다시 들여다보았다. 빅토리아 호수의 풍부한 물은 이곳 우간다 쪽 진자에서만 유출되어 수단을 거쳐 이집트로 흐르는 것이다. 장장 6695Km 키로를 남에서 북으로 흘러 여러 나라를 통과해 지중해로 유입된다. 

그 대장정에는 무려 3개월의 시간이 걸리고 각 나라의 땅을 적시며 지중해와 만나는 것이다. 에티오피아에서 또 하나의 수원이 나와 나일강에서 만나지만  이곳 빅토리아 호수에서 나오는 물이 단연 강물의 주류다.     


나일강 수원지 표지판과 폭포


한편 물을 강으로 흘려보내는 빅토리아호는 또 어떻게 채워지는지가 궁금해졌다. 

자료를 살피니 빅토리아 호수에 유입되는 물은 80%가 비(Rain)이고, 20%가 주변의 강에서 유입되는 강물이다. 르완다에서 흘러 들어오는 카게라 강물이 제일 큰 비율을 차지하고 케냐에서 유입되는 시오강 등의 여러 강들이 그다음을 잇는다.     


1858년 영국의 아프리카 탐험가 존 해닝 스피크 (John hanning Speke)가 리차드 프란시스 버튼 (Richard Francis Burton)과 함께 나일강의 수원을 찾아 탐사하던 중 아프리카의 거대한 호수를 발견했고 이를 영국 여왕의 이름을 따서 빅토리아 호수로 명명했다.     

 

아프리카의 진주라고 불리는 우간다는 빅토리아 호수의 풍부한 수자원과, 자연의 신비를 느끼게 하는 아름다운 루웬조리 산(Mt. Ruwenzori)과 야생동물로 가득한 대평원을 소유한 나라다. 19세기의 강자 영국은 이 땅의 풍부한 자원을 마음껏 차지하고 정복했던 것이다. 우간다에서는 자연스럽게 공식 언어가 영어다. 


한 번은 일행과 함께 캄팔라 시내에 있는 쉐라톤 호텔로 향했다. 미팅을 위해 악명 높은 아프리카의 트래픽을 참아내며 도심으로 진입한 것이다.  

아프리카를 가보지 않은 사람들이 흔히 하는 오해가 있다. 아프리카는 지독히 가난할 것이라는 편견.

나도 아프리카를 가보기 전에는 그런 생각을 했었다. 그렇지만 호텔의 정문을 통과하고 정원을 따라 내부로 들어가면서 나의 고정관념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아프리카 유력자들의 집에 초대되어 방문했을 때는 또 한 번 놀랬다. 우리나라의 평창동이나 미국의 비버리힐즈 이상 가는 초호화 저택들이 우간다에도 버젓이 많이 들어서 있었다.      


‘아! 이 나라가 한때는 유럽인들이 지배하며 도시 곳곳에 유럽풍 건축과 문화를 심어놓았지’

물론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징그러운 가난의 흔적이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그런 일부의 가난을 아프리카 전체의 이미지로 인식하는 것은 지나친 편견이자 무지임을 깨달아야 한다.      


우간다.

내가 처음 아프리카 대륙에 발을 내디뎠을 때의 첫 방문국

2003년 이후 서너 차례의 발길을 이어갔지만, 늘 강렬한 태양과 흙과 적도가 떠올려 다시 가고 싶은 곳이다.      

보기 전에는 미처 깨닫지 못하고,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나로서는

성숙하기 위해서라도 길을 나서야 하는 운명인지도.....     

코로나를 넘어서는 그날, 우간다의 나일강가에서 커피 한 잔의 호사를 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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