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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구 Oct 23. 2020

블랙홀에 빨려 들어간 것 같았던
한 달

한 달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도 모르게 사라졌다.

추석 연휴를 물고 시작한 10월이라 9월 말부터 분주했다.


마스크를 쓰고 시작한 회의의 끝에는 입이 바싹 마르고 역한 냄새만이 진동했다.

그렇게 논의가 시작되면 오전이 금세 저녁으로 바뀌어 있었다.

일주일 정도 브레인스토밍과 줄다리기 논의를 마치면 머리에 쥐가 내렸다.

서로 다른 기업 문화와 풍토를 경험한 사람들이 모이니, 목표를 향한

과정과 프로세스가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절감한다. 


신뢰와 자율을 우선할 것인지 계획과 관리를 중심에 둘 것인지?

무엇이 옳고 그르다기보다 자신도 모르게 익숙해진 업종의 고유한 문화가 다른 분야의 전통을

흡수하지 못하고 튕겨버릴 때 낭패감이 일었다. 타자의 입장을 수용하고 배려하려는 열린 마음이 없을 때 

그것이 아집과 독선으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회의와 토론으로 머리와 정신이 힘든 구간을 지나니 이제는 몸이 지치는 시점에 서있다.

열심히 팔 다리를 움직여서 제작을 하고 다른 사람들의 결과물을 확인하느라 통화하고 톡을 하다 보면 잠들기 전까지가 온통 분주함의 연속이다.  나만 바쁘면 좋겠는데 꼭 이럴 때 아내도 야근에 비상이다. 자녀를 누군가에게 맡겨야 하고, 밀린 청소는 주말에 몰아서 해야 한다. 


‘왜 이렇게 정신없는 삶을 살아가야 하지’ 딴생각을 하다가도 그냥 현실로 돌아와 바삐 움직이며 사는 것이 정상적인 모습이라 스스로 위로한다.     

‘뭐 잠시 최선을 다해야 하는 프로젝트니까 성실해야지’

‘세상에 공짜는 없는 거니까’ ‘남의 돈을 취하는 게 뭐 쉽겠어’ 별별 자조의 멘트를 날려보지만 헛헛하다.     

‘그래도 함께 뜻이 통하는 사람이 있고, 위로와 격려를 건네는 사람이 있으니 견디고 이겨내야지 ‘     


요 며칠 하루하루 몇 만보 씩을 훌쩍 넘기는 나의 활동량에 놀라고 지쳐서, 발품으로 움직이는 택배 노동자들의 과중함이 조금은 덜어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에 잠긴다.  

     

문득, 오늘 아침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들려오던 아이들의 제잘 거리는 목소리가 얼마나 듣기 좋고

생기 넘치며 반가웠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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