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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기만성온달이 Aug 07. 2020

부고가 자주 들려오는 날에

개혁사상가 조광조를 떠올리며

장마와 기습성 폭우가 이상스럽게도 길어지는 때에 부음이 자주 들려온다. 

돌아가시는 분의 명복과 남겨진 가족에게 위로를 전함이 마땅하나 때때로 사정이 여의치 않다.

코로나가 겹치니 얼굴을 비치기도 그렇고 조의만 보내는 것도 마땅찮은데 외면하기는 더더욱 힘들다.

      

누군가의 죽음은 살아있는 나를 돌아보게 한다.

박원순 시장의 예상치 못한 죽음에서부터 주어진 수를 다 누리고 생을 마감한 사람에 이르기까지.

몇 년 전의 독서노트가 눈에 들어왔다. 조광조의 삶과 정치를 배우며 정리했던 글이다. 글의 서두는 이랬다.

    

‘사십 중반을 넘겨도 나의 삶이 변변치 않건만 샛별처럼 살다 간 조광조의 족적은 어찌 이리도 유구하단 말인가 조광조는 4년이라는 짧은 정치적 실험의 시간을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후대에 강력한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세상을 당우 (唐虞)의 시대로 임금을 요순과 같이 만들고자 했던 어진 선비로 평가받기도 하고,

서로 붕비(朋比)를 맺어 요직을 독차지하며 뜻이 다른 자들을 배척했다는 부정적인 비판도 받는다.


조광조는 성리학을 통해서 군자란 능히 사욕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인 것을 깨달았다.   

‘성명의리지학(性命義理之學)’ 하늘이 인간에게 부여한 본성과 사회의 규범 법칙을 공부하고 깨달아 실천하고자 했던 것이다. 그랬음에도 그는 많은 적을 두었고 정치적 좌절을 맛봐야 했다.

조광조의 언행에서 드러나는 정치 근본주의는 구체적으로 순정 주의와 오만함 극단성으로 나타났다.

왕도는 전일(專一) 해야 하고 왕정은 순수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소격서나 불교는 이단이며 사교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았다. 역사와 정치를 보는 관점에서도 확신이 지나쳐서 오만하게 보였던 적도 있다.

그가 중종과 세종을 평가하면서 “세종은 재주는 영특하시나 학문에 있어서는 다 하지 못함이 있는 듯” 

하다고 말했다.


조광조와 사림들은 타협이나 조정을 허락하지 않는 극단성을 보였다.

자신 스스로를 진리를 발견한 사도와 같이 여겨 미욱하며 진리를 깨닫지 못한 사람들을 계도해야 한다고 믿었다. 실록에서도 이전과는 달리 지나칠 정도로 과다한 사관의 논평이 등장하는 이유다. 정치의 진리를 담지한 군자들은 국왕을 포함해서 간사한 소인배와 얼핏 아는 지식인을 이끌어야 하는 선구자였던 것이다.

그의 문집에서 보듯 “군자는 마음을 합하여 나라 일을 도모하는데 소인은 그렇지 못하니....”

국왕에게 소인을 몰아낼 제도개혁을 압박하게 되었다.      


결국, 조광조를 비롯한 신진 변혁 주체들은 기성세력을 축출하고 새로운 정치질서를 수립하려 했으나 보수의 벽을 무너뜨리지 못한 채 좌절하고 말았다. 그들 대부분이 젊고 정치적 경륜도 짧은 데다, 지나치게 급진적이고 과격한 개혁 드라이브를 구사해 노련한 훈구세력의 반발을 샀고, 중종 역시 조광조의 급진개혁에 대해 불안을 느꼈던 것이다.  정암은 도학정치가 펴지길 꿈꿨으나 중종은 힘센 군주가 되길 갈망했다.    
- 위키백과 조광조 -


훗날 이이는 조광조에 대해 평하길 “어질고 밝은 자질과 나라 다스릴 재주를 타고났음에도 학문이 익기 전에

정치 일선에 나아가 뜻을 이루지 못했다”라고 평했다.    

  

나는 학창 시절 많은 선생님을 통해서 역사를 배웠다. 그러나 정작 역사의식에 눈을 뜬 것은 대입 단과학원의

역사 선생님을 만나면서부터였다. 그때 처음으로 조광조의 진면목을 알았고 시대를 앞선 그의 개혁 사상으로 인해 가슴이 뜨거웠다.

 

조광조는 분명 당대의 철학과 세계관에 충실했던 곧은 선비이며 개혁적 사상가다. 그가 넓게 세상을 바라보고  조금 더 유연하게 훈구세력을 품으며 왕을 도왔다면 시대의 융성과 개혁을 이끌었을 것이다.  

   

청문회 때의 노무현에 반했고, 촌철살인의 노회찬을 좋아했다.

박원순의 시정에 담긴 철학은 의미심장했다.

오늘도 사람은 나고 지는데, 나는 오늘을 의미 있게 살아내고 있는지?     


비례로 입성한 젊은 의원들의 발언과 옷차림 하나하나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나는 그들을 격려하고 기대한다.

새로운 가능성과 신선한 창조의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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