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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과 편집의 즐거움
실내행사를 중계하며 들었던 생각
월드비전 회장 이취임식
by
준구
Jan 20. 2021
방송사에서 일할 때
피디는
중계차나 부조정실에서 눈과 입으로 작업했다.
여러 모니터를 보며 카메라 감독에게 적당한 무빙과 사이즈를 요구했고 나의 주문은
기술감독이 비디오 제어 패널로 조작해 주었다.
음악의 스타트를 말하고 출연자에게 Q 사인을 주고 자막과 타이틀의 인 아웃을 외칠 때면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와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모든 스텝들이 하나의 목표를 향해 열심을 다하고 그 열정의 강약을 조절하며 절정을
향해서 나아가는 모습은 짜릿함 그 자체였다.
스튜디오 안과 부조정실
의 하모니 속에서 하나의 결과물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오늘은 조그만 모니터 안으로 다 들어온 4대의 카메라와 영상 플레이 소스를 보며
나 홀로 콜을 외친다. 원 카메라 스탠바이 컷, 투 카메라 스탠바이 디졸브......
나의 외침을 수행해 주는 것은 바로 나의 열 손가락.
두 사람이 나눠서 작업하던 일이 한 사람의 몫으로 바뀌었다.
기술의 발전과 컴퓨터 프로그래밍으로 인해 장비는 작아지고 실용성이 높아졌다.
방송용 중계차가 아니더라도 현장을 잘 커버해서 송출할 수 있는 장비가 무궁무진해졌다.
방송사의 모든 인력이 다 붙지 않아도 감당할 수 있고, 조그만 제작사로서는 어떡하든 작은 제작비로도
수행해내야만 하는 상황이다.
모니터와 콘트롤 패널
나의 두 눈과 입에 양손을 더하니 한 사람이 두 사람의 역할을 감당케 된다.
기술감독의 역할까지 피디가 홀로 맡는다.
카메라도 리모트를 사용하면 카메라 감독이 필요치 않게 된다.
AI 인공지능의 발전, 인건비 절감 차원의 노동강도 심화, 경영합리화를 운운할수록 사람들의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든다.
라떼
를 그리워할수록 현실과는 동떨어지게 된다.
변화된 환경과 조건에 적응하는 것도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아니 살아남기 위해선 유연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숙명일 것이다.
내가 일하는 영역에서만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한 가지 의문이 생기는 지점이다.
생산성과 경영합리화의 측면에서 본다면 이제 사람은 기계와 인공지능을 절대 능가할 수 없다.
일자리가 있어야 일도 하고 소득이 생겨서 소비도 하는데, 이런 선순환의
구조가 파괴된다면 우리 사회는 더욱 심각한 문제에 당면할 것이다.
‘더불어 함께 나누며 힘써 일해야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오래간만에 나의 온몸이 바쁘게 움직이며 긴장했다.
혼자서 모니터를 응시하고 토크 백으로 콜 하며 손가락으로 자판 위를 오갔다.
마치 혼자서 게임에 몰두하는 것처럼.
행사를 마치고 한 숨을 돌린다.
커피가 생각나고 따뜻한 향취에 젖어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월드비전의 실내행사는 잘 마쳤지만, 월드비전과는 어려운 나라를 함께 누빌 때가 제일 좋았다.
올해는 제발 현지에 나갈 수만 있다면 좋겠다.
황토 흙 폴폴 날리는 아프리카의 먼지와 강렬한 태양과 커피가 어울어진 무대에서 연출하고 싶다.
비행기 타서 날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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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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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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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과 영상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한 피딥니다. 영상을 제작하며, 배우고 가르치는 일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세상에 유익을 끼치는 삶을 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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