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시간으로 밤 9시 14분. 호텔 발코니 의자에 앉아 멍하니 별을 본다. 구름은 별들 밑으로 지나간다. 빛을 내는 별들. 몇 개인지 세어보다가 열다섯까지 세고 세기를 포기한다. 어떤 별은 계속 빛을 내고 있고 어떤 별은 반짝였다가 반짝이지 않았다가 한다. 시력이 문제인가 싶어서 꾸준히 빛을 내지 않는 별에 초점을 맞춰 다시 제대로 보다가 내 시력이 양쪽 모두 1.5라는 걸 생각해 낸다. 아무래도 빛을 내는 것도 일인지라 계속하기는 어려운가 보다. 결론 내린다.
앞에는 나무들이 떼 지어 서있고 하늘은 딱 적당한 남색 빛. 남색 바탕으로 큰 구름들이 지나간다. 그리고 그 위에는 별들이 있다. 아름답다. 장관이다. 윤슬을 하늘에서 보는 것 같다. 이런 아름다운 윤슬을 매일 보는 것. 이렇게 가끔 보는 것. 어떤 삶이 더 행복할까 생각한다. 모르겠다. 어쩌면 그건 눈앞 풍경보다 혹은 그걸 얼마나 자주 보냐 보다 내 속에 있는 마음의 힘이 더 중요할지 모르겠다. 눈앞에 어떤 것이 있든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마음의 힘. 그런 힘을 어떻게 길러야 하지. 그런 힘은 어떤 운동을 해야 생기지. 별을 보며 고민에 빠진다. 별이 답을 주는 것도 아닌데.
내가 꽤 오랜 시간 발코니에 있었는지 남자친구가 창문으로 날 살핀다. 난 들어오라고 손짓한다. 일로와. 여기에 별이 정말 많아. 푹신한 의자를 내 옆으로 가져와 그가 앉는다. 별이 정말 많지. 평화롭지. 우리는 몇 분 동안 말없이 별을 본다.
풀 냄새가 나고 나무 냄새가 난다. 그것들은 내 코로 들어와 내 뇌를 청소하고 내 폐를 청소한다. 그것들은 나를 비워주는 동시에 채워준다. 바람아 조금만 더 불어줘. 더 내 안으로 들어와 줘. 풀과 나무를 내 몸속으로 가져와줘. 벌레들은 대화를 나눈다. 무슨 얘기를 하는지는 모르지만. 슬픈 이야기일 수도. 화를 내는 거일 수도 있지만 나는 그게 되게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래. 그래. 그랬어. 응. 그렇게 계속 적당하게 대화 나눠줘.
아름다운 곳이다. 깔끔하고 소박하며 여유 있고 욕심이 적다. 친절하고 다정하며 공원이 예쁘다. 사색하기 좋은 곳이다. 별이 참 잘 보인다. 나는 그 별들을 보고 있다. 서울에서도 같은 곳에서 반짝이고 있겠지. 서울에서도 같은 자리에 있을 별을 생각하니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겠는 무언가 나와 연결되어 있다고 느낀다. 이런 착각이 쓸데없는 망상이라고 느끼지만 되게 중요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나는 정말로 모순적이고 세상도 정말로 모순적이다.
드라마를 보던 남자친구는 내가 글을 쓰겠다는 말에 집중하기 좋은 노래를 틀어준다. 마음의 힘은 이런 것으로부터 생겨나는 걸까. 풍경과 바람과 평화 그리고 사랑 같은 것들. 부서지기 어려운 것들. 내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들. 나를 청소시키고 동시에 나를 채워주는 것들. 모순적이지만 아름다운 것들. 연결되는 것들. 그런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