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리 프뤼돔
이 마편초꽃이 시든 꽃병은
부채가 닿아 금이 간 것.
살짝 스쳤을 뿐이겠지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으니.
하지만 가벼운 상처는 하루하루 수정을 좀먹어 들어
보이지는 않으나 어김없는 발걸음으로
차근차근 그 둘레를 돌아갔다.
맑은 물은 방울방울 새어 나오고
꽃들의 향기는 말라 들었다.
손대지 말라, 금이 갔으니.
곱다고 쓰다듬는 손도 때론 이런 것
남의 마음을 스쳐 상처를 준다.
그러면 마음은 절로 금이 가
사랑의 꽃은 말라죽는다.
사람들의 눈에는 여전히 온전하나
마음은 작고도 깊은 상처에 혼자 흐느껴 운다.
금이 갔으니 손대지 말라.
Le vase où meurt cette verveine
D’un coup d’éventail fut fêlé;
Le coup dut l’effleurer à peine,
Aucun bruit ne l’a révélé.
Mais la légère meurtrissure,
Mordant le cristal chaque jour,
D’une marche invisible et sûre
En a fait lentement le tour.
Son eau fraîche a fui goutte à goutte,
Le suc des fleurs s’est épuisé;
Personne encore ne s’en doute,
N’y touchez pas, il est brisé.
Souvent aussi la main qu’on aime
Effleurant le coeur, le meurtrit;
Puis le coeur se fend de lui-même,
La fleur de son amour périt;
Toujours intact aux yeux du monde,
Il sent croître et pleurer tout bas
Sa blessure fine et profonde:
Il est brisé, n’y touchez pas.
이 시를 처음 한국어로 읽고, 너무 좋아서 프랑스어로 꼭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3년 동안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나서 이 시를 다시 읽었더니 생각보다 더욱 좋고 새로워서 계속 계속 시를 읊었던 기억.
손 대지 말라 금이 갔으니. 예쁘다고 쓰다듬는 손길도, 나에게는 자그마한 금이 되서 작지만 차근차근 내 안을 부실 수 있다. 너무나 아름다운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