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발견한 나의 모습
'웜톤'으로 살아온 지 10년 정도 되었을까.
줄곧 갈색 머리를 유지해 오다가 뿌리 염색하는 게 점점 귀찮고 번거로워지면서
큰 맘을 먹고 검은색으로 염색을 했다.
검은색 머리를 하고 나서도 내가 쓰던 화장품은 똑같았다.
웜톤이었기에 핑크 계열보다는 코랄 계열의 색조가 더 잘 어울렸고,
파우치에는 피치색 블러셔, 오렌지레드 립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한창 퍼스널컬러 진단을 받는 게 유행이었던 때가 있었다.
당시에 다니던 직장의 같은 팀 동료가 주말에 퍼스널 컬러 진단을 받으러 간다고 이야기를 했다.
나는 웜톤이라고 하자 뜻밖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쿨톤 아니었어요?"
엥. 태어나 처음 듣는 말이었다. 내가 쿨톤이라고?
웜톤이라는 건 그동안 한 번도 의심해보지 않았던 진리와도 같았는데, 내가 쿨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즈음부터 늘 사용하던 화장품이 묘하게 겉돈다는 느낌이 들기는 했다.
오렌지 컬러가 잘 어울린다는 것에 의심의 여지가 없었기에 늘 비슷한 색깔의 화장품을 구매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색조 화장품을 사는 게 어려워졌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무래도 바뀐 머리 색 영향이 컸던 것 같다.
습관처럼 쓰던 파우치를 열어 하나하나 유심히 살펴봤다.
머리가 갈색에서 검은색으로 바뀌고 나서
매일 쓰던 화장품에 나도 모르게 점점, 조금씩의 변화가 있긴 했다.
눈썹 색도 머리색과 맞추게 되고, 파운데이션도 한 단계 밝은 톤을 쓰고.
그러면서 늘 쓰던 색조 화장품이 조금씩 어색해지는 기이한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나도 인지하지 못하던 스스로의 변화를 그제야 깨닫고 나니,
이후로는 색조 화장품을 선택할 때 오히려 열린 마음으로 자유로워졌다.
이전에는 망설이거나, 나와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해서 아예 배제시켰던 제품을 한번 더 들여다보게 됐다.
세일 기간에는 그동안 쓰던 것과는 전혀 다른 핑크 베이스 톤의 블러셔를 샀다.
사용해 보니, 이질감 없이 잘 어울리는 걸 보고 새삼 신기했다.
갈색 머리만이 나와 어울린다고 생각했지만, 검은색 머리가 더 잘 어울린다고 얘기해 주던 사람도 많았다.
퍼스널컬러까지 영원불변인 것은 아닌가 보다.
내가 머리색을 바꾸지 않았더라면 쿨톤이 잘 어울린다는 것도 몰랐을 거다.
결국 이것 또한 직접 해봐야 아는 것 같다.
웜톤도 좋았지만, 쿨톤 계열이 잘 어울리는 내 모습도 꽤 마음에 든다.
새로운 내 모습을 발견한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