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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벌이 자체가 대단한 것임을

by EK

작고 귀여운 월급을 보면 한숨이 푹 나온다.


'이걸 위해 그동안 매일 녹초가 될 때까지 일을 했던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

현타가 세게 왔다.


주변에서 또는 SNS를 하다가

같은 또래이거나 심지어 나보다 어린데도

내 월급의 몇 배를 번다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게 되면

내가 받는 돈이, 내 가치가 작아 보이고 낮아 보이기도 했다.


자격지심이 생기고, 내가 무엇 때문에 이렇게 고생을 하나 싶은 절망감이 들었다.




하지만 이렇게 끝도 없이 부정적인 생각만 하다 보니

결국 피폐해지는 건 나일뿐이었다.


그래서 관점을 달리 보기로 했다.


이 작고 귀여운 월급이

한 달 동안 쎄빠지게 일했던 내 고생의 대가라고 생각했더니

새삼 소중하게 느껴졌다.


한 달 동안 나를 사람답게(?) 살게 해 줄 생활비와 식비와 기타 등등을

유지할 수 있게끔 해주는 돈이니까.



무엇보다 돈의 액수를 떠나 내가 한 달 동안 고생해서 얻어낸 결과라는

그 자체로 바라보니 스스로가 대견스러워졌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늦지 않게 출근했던 것,

어떻게든 하루에 주어진 업무를 무사히 끝냈던 것.


사실 이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칭찬받을만하다.




책상에서 일을 하는 사람이든, 일어나서 몸을 움직여 일을 하는 사람이든,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이든, 사람들과 쉴 새 없이 소통을 하며 일을 해야 하는 사람이든,


일의 종류와 관계없이 그날 나에게 할당된 업무를

어떻게든 해내고 마쳤다는 것 자체가

너무나도 대단한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하루의 대부분을 밥벌이를 하기 위해 일을 하며 살아가는 게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이 느끼고 있다.


피곤함으로 범벅된 몸과 마음을 이끌고 퇴근을 하면

'이렇게 사는 게 맞나' 싶을 때도 있지만,


오늘도 충분히 노력했고 고생한 것은 사실이니까

스스로에게 정말 고생 많았다고 얘기해 준다면

조금이나마 뿌듯하고 편안하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지 않을까.


밥벌이하는 모든 분들, 존경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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