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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K May 06. 2024

머리서기 성공했던 날

스스로가 쓸모없어 보일 때 읽는 글


요가를 한지 몇 년이나 지났을까,

요가의 꽃이라고 하는 ‘머리서기'를 성공했던 날의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머리서기를 성공했던 날, 핸드폰 메모장에 내가 썼던 글을

오랜만에 꺼내어본다.


내가 썼지만 가끔씩 내가 위로받는 글이다.


무언가에 도전하는 중인데 아직 성공하지 못했거나 그 과정에서 지친 사람이 있다면,

이 글을 함께 공유하고 싶다. 같이 공감하고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2022.12.23.


2019년 가을에 시작한 요가. 코로나 때문에 중간중간 쉬기도 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꾸준하게 요가를 해왔다.


처음엔 잘 못했다. 선생님이 자세도 많이 잡아주시고

스스로도 몸의 움직임이나 느낌을 찾으려고 끊임없이 시도했다.


이제 벌써 요가를 제대로 한 지도 3년이 넘었다.

머리서기도 작년에 가까스로 성공했지만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간다고

선생님이 얘기해 주셔서 벽에 대고 다시 연습하고

많이는 아니어도 집에서 머리서기 연습도 간간히 했다.


그렇게 시도하고 실패만 하다가 드디어 오늘. 2022년 12월 23일.

오전 요가 수업 아쉬탕가 시간에 드디어 벽의 도움 없이,

내 자리에서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지 않은 상태로,

팔에 힘을 받치고 정석적인 머리서기 자세를 성공했다.


그전부터 머리서기 동작은 성공했지만 몸에 힘이 많이 들어가고

중심을 잡기가 힘들고 이런저런 이유로 다소 아쉬운 자세였다.


그런데 오늘. 뭔가 내 느낌도 적당했고,

선생님의 별다른 코치도 없이 제대로 된 머리서기를 성공했다.


요새 마음이 복잡하고 심란해서 솔직히 마인드컨트롤도 잘 안 됐었다.

그래서인지 오늘 머리서기를 제대로 성공하니 끝나고 아기자세를 하는데 순간 울컥했다.


난 오래 걸려도 이렇게 끝까지 노력해서 결국 해내는 사람인데

요새 이런저런 일들과 내면의 지침으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고,

스스로가 쓸모없어 보이기도 하고, 조급한 마음도 들면서 많이 힘들었다.

아직도 흔히 말하는 그 사회적 잣대에 스스로를 들이대며 비교하고 있긴 하다.

생각이나 마음을 바꾸는 게 쉽진 않다.


요가처럼, 모든 동작을 완벽하게 하지 않더라도

내가 시도했다는 그 자체가 요가이고 운동이다.

그리고 난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시도하고 노력해서

결국 하고 싶었던 머리서기도 성공했다.


그 과정 자체가 다 결과물이다. 완벽해야만 결과물은 아니다.

지금 당장 내가 원하는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도

하루하루 내가 했던 그 과정 자체가 하루하루의 결과물이다.


다른 사람이 뭐라고 하든, 사회적 잣대가 나에게 도태됐다고 말해주든,

난 매일의 내 과정과 결과물을 차곡차곡 쌓았고

오늘 드디어 내가 원하고 갖고 싶던 결과물을 얻었다.


그러니까 나는 원하는 걸, 하고 싶었던 걸 해낼 수 있는 능력과 역량이 있는 사람이다.

내가 못할 것 같다고, 포기하고 시도를 멈췄다면 오늘 이렇게 머리서기도 할 수 없었을 거다.

그래서 이렇게 오늘의 내 성공을 자축하고 기록으로 남기면서

내가 앞으로도 하고 싶은 건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나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힘들면 조금 쉬고 숨 돌리면 되고.

이것저것 다른 것들도 해보면서 시도하고 방황해도 되고.

당장의 번듯한 결과물은 없지만 하루하루의 작은 과정들도 다 내 결과물이고

그 움직임들도 매일매일 하나씩 쌓여가는 거고 해내고 있다는 거다.


남들은 나보고 늦었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매일 노력했고 쌓아왔고 해냈고 그래서 결국 내가 갖고 싶고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알고 있고 경험으로 증명도 했다.


지금은 나도 뭘 내가 더 원하는지 명확하게 몰라서 이렇게 불안정한 생각과 마음이 있는 거다.

그렇지만 무얼 하든 내가 하루하루 하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매일 성취하고 해내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렇게 매일 조금씩 해내다 보면 오늘처럼

내가 원하고 싶고 가지고 싶었던 것을 이룰 수 있는 날이 온다.


그러니까 결론은, 나는 매일매일 해내고 있고 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아닌 사람들 심지어 가족일지라도 내가 아니기에

내 가능성과 역량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건 나만이 제대로 알 수 있다.


난 정말 잘하고 있다. 예전부터 지금까지.


그러니까 작아지거나 초라하다고 느낄 필요가 없다.

왜냐면 지금까지의 내 경험이 그걸 증명해주고 있으니까.

그렇기에 감사하고 행복한 오늘이다.




내가 요가를 처음 시작했을 때, 난 머리서기라는 동작은 정말로 평생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해도, 도저히 못하겠다, 싶었다.

그런데 이제는 머리서기를 한 번만에 바로 해낸다.


항상 패배했다고 생각했던 내 인생에 긴 시간을 거쳐 성공을 맛보게 해 준 소중한 경험이었다.


누군가는 그걸 3년 만에 해? 1년만 해도 다 성공하는데,라고도 할 수 있겠으나

나에게 3년은 차곡차곡 한 장씩 쌓아갔던 시간이었다.


당시에는 하는 일마다 다 안 되고,

'난 왜 이렇게 다른 사람들처럼 뭐 하나를 꾸준하게 하지 못하는 걸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자책하는 나날들을 보냈었다.


그런 나에게도 정말 힘들지만, 때로는 안 되는 동작 때문에 짜증도 나지만,

요가처럼 꾸준히 하고 싶고 또 꾸준히 해온 게 있다는 게 참 위안이 됐다.


스스로가 참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하고 싶고 잘하고 싶은 건 정말 꾸준히 할 수 있고 또 하는 사람이란 것을

요가를 통해, 머리서기를 하면서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살아오며 아주 작은 것이라도 내가 꾸준히 해서 성취해 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스스로에게 자꾸만 회의감이 든다면,

그 경험을 계속해서 끄집어내어 내 마음에 각인해 놓자.


우리는 하고자 하는 건 분명 잘 해낼 수 있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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