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힐링 장소를 찾았다
겨울에서 봄으로 날씨가 바뀔 즈음, 심한 감기에 걸렸다.
코가 막히고 콧물이 줄줄 나고, 목소리까지 바뀌면서 제대로 말을 하는 게 어려울 정도였다.
삶의 질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이래서 건강이 중요하다고 하는 거구나, 새삼 느꼈다.
이비인후과에 몇 차례 가서 치료를 받고 약을 먹어도 도무지 나아지질 않길래
결국 한의원으로 향했다.
그 이후로 요즘 토요일마다 한의원에 가서 치료를 받고 있다.
내가 다니는 한의원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데, 이전부터 종종 갔던 곳이다.
오랜만에 가보니 바로 옆으로 확장 이전 공사를 하고 있었다.
감기로 인해 도진 축농증 치료를 받으러 갔다가 허리 통증까지 치료를 받게 됐고,
덕분에 골반이 틀어졌다는 것도 알게 됐다.
유독 비대칭인 것 같은 얼굴과 몸이 이런 이유에서였나 보다.
한의원에 가면 먼저 따뜻한 찜질팩으로 등과 배를 먼저 풀어주고
아픈 부위에 부항을 뜨고 물리치료를 받는다.
그런 다음 침 치료를 받고 수 치료(마치 물침대 같은 곳에 누워서
전신 마사지를 해주는 것 같다)를 한 뒤, 추나요법까지 하고 나면 마무리된다.
이렇게 풀 코스로 한방 치료를 받고 집에 돌아오면
몸이 노곤해져서 잠깐이라도 낮잠을 자게 된다.
한의원에 가면 몸만 풀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도 편안하게 풀어지는 것 같다.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 선생님들의 친절함, 은은하게 풍겨오는 한약 냄새,
잔잔한 피아노 음악, 따뜻한 분위기에서 편안하게 치료를 받다 보면
단순히 아픈 곳만 보살펴주는 게 아니라
한 주 동안 지쳤던 마음까지도 릴랙스 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달까.
치료를 받고 돌아가는 길은 칙칙했던 눈도 괜히 더 밝아지는 느낌이고,
찌뿌둥했던 어깨와 허리도 이완되는 느낌이고, 무거웠던 머리도 한결 가벼워진다.
몇 주 동안 꾸준하게 치료를 받고 나니 몸의 불균형 때문에 안 좋았던 턱관절도
더 이상 소리가 나지 않을 정도로 좋아졌고, 틀어졌던 골반도 점점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계속 한의원에 갈 생각이다.
살아가면서 집을 제외하고 내가 유독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들이 있는데,
요가원, 집 근처 학교 야외 벤치, 가끔씩 방문하는 절이다.
그 공간에 있을 때는 복잡했던 생각도 정리되고, 나에게 집중할 수 있어서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 리스트에 한의원도 새롭게 추가됐다.
집이 아니더라도 내가 힐링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는 건 살면서 꽤 잔잔한 행복감을 주는 것 같다.